한국은 21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대회 3~4위전 뉴질랜드와 경기서 80-71 승리를 거두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세근(30·안양 KGC인삼공사)은 MVP인 하메드 하다디(32), 모하메드 잠시디(26·이상 이란), 파디 엘 카티브(38·레바논), 세아 일리(25·뉴질랜드)와 함께 대회 베스트5에 선정되는 기쁨도 함께 안았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2013년 마닐라 대회 이후 4년 만에 3위 자리에 복귀했다. 결승 진출은 아쉽게 불발됐지만 대회 시작 전 조별리그 탈락을 걱정하던 현실과 비교하면 만족스러운 성적이다. 특히 불과 2년 전 '창사 참사'를 떠올리면 성공적으로 자존심을 회복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2015년 중국 창사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6위에 그쳐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최종예선 출전 자격을 놓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성적은 물론 경기력 면에서도 2년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보였다. 조별리그 첫 경기서 개최국인 레바논에 패하며 불안하게 시작했지만 이후로는 승승장구였다. 카자흐스탄과 뉴질랜드를 연파하고 8강 진출 결정전에 오른 한국은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꺾고 8강에 올라 필리핀마저 제압했다. 4강에서 아시아 최강으로 군림하는 이란을 만나 81-87로 패했지만 4쿼터 끈질긴 추격전을 선보여 달라진 모습을 과시했고, 3~4위전에서도 빠르고 화려한 공격 농구를 앞세워 뉴질랜드를 꺾고 '창사 참사'가 남긴 아픔을 깨끗이 털어냈다.
한국은 성적은 물론 내용면에서도 경쟁력을 보였다.
숫자만 봐도 한국의 성적은 훌륭하다. 이번 대회에서 경기당 88.3점을 올린 한국은 우승팀 호주(92.5점)에 이어 득점 2위에 올랐다. '신개념 양궁부대'답게 경기당 평균 10.4개의 3점슛을 넣어 41.7%의 성공률을 기록한 덕분이다. 추격의 시작을 알린 것도, 위기 상황에서 달아날 기회를 만든 것도 적재적소에 터져 준 외곽의 힘이 컸다.
전준범(26·울산 모비스)과 임동섭(27), 허웅(24·이상 상무) 등 돌아가며 코트를 밟은 슈터들이 제 몫을 톡톡히 해 줬다. 포인트 가드 김선형(29·서울 SK)은 대표팀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했고, 오세근과 김종규(26·창원LG), 이승현(25·상무), 이종현(23·울산 모비스) 등 빅맨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특히 김선형과 오세근은 기존 대표팀을 이끌던 '베테랑' 선수들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며 '젊은 대표팀'의 차세대 리더로서 가능성을 증명했다.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살린 새로운 공격 농구의 탄생에는 전임 지도자인 허 감독과 김상식(49) 코치의 역할이 컸다. 소집 및 훈련 시간은 여전히 짧았지만 전임 지도자인 허 감독과 김 코치가 팀을 지도하면서 조직력이 안정됐다는 평가다.
한국은 당장 오는 11월부터 홈 앤드 어웨이로 2019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을 치러야 한다. 축구의 A매치처럼 그동안 드물었던 농구 대표팀 경기가 국내에서 열리는 상황에서, '허재팀'이 보여준 경기력과 성적은 앞으로에 대한 더 큰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