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여름, 자신의 이름을 딴 '박신자컵 서머리그' 현장을 찾은 백발의 박신자(76) 여사는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 여자 농구의 전설인 박신자 여사의 이름을 따 2015년 처음 개최된 이 대회의 취지를 한마디로 나타내는 애정 어린 말이었다.
그 뒤로 박신자컵은 매년 여름 여자 농구 유망주들이 한 곳에 모여 젊음의 열기를 발산하고 경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특별한 기회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로 3년째를 맞는 '2017 여자프로농구(WKBL) 박신자컵 서머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속초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30대 이상 선수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만으로 풀리그를 치르는 '퓨처스리그' 성격을 띄고 있다. 지난해 챔피언 청주 KB스타즈를 비롯해 구리 KDB생명, 아산 우리은행, 인천 신한은행, 용인 삼성생명, 부천 KEB하나은행 등 여자 프로농구 6개 구단이 모두 참가해 서로의 기량을 다툰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대회가 있어야 한다던 박 여사의 말대로, 박신자컵은 경기에 뛸 기회를 잡지 못한 유망주와 비주전 선수들에게 엄청난 기회의 장이다. 정규 리그 개막을 앞두고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고, 나아가 주전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여자 프로농구는 선수층이 얇은 만큼 실력 있는 유망주가 박신자컵과 같은 대회를 통해 기량을 증명하면 당장 주전으로 눈도장을 찍을 수도 있다. KB의 주전 가드 심성영(25)이 대표적인 예다. 심성영은 지난해 박신자컵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뒤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찼고, 국가대표까지 발탁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도약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수들의 열정도 정규 리그 못지않다. 유망주 선수들은 존재감을 심어 주기 위해 더 열정적으로 상대와 부딪히고 간절한 플레이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 없이 국내 선수들로만 풀타임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오히려 정규 리그보다 격렬한 맞대결이 펼쳐지기도 한다. 선수를 그만뒀다 돌아온 구슬(24·KDB생명)이나 신지현(22·KEB하나은행), 윤예빈(20·삼성생명) 등 부상으로 그동안 코트에서 볼 수 없었던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박신자컵 서머리그'의 매력이다.
우승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1위는 KEB하나은행으로 앞서 2경기서 모두 승리하며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대회 초대 챔피언 KDB생명과 2회 우승팀 KB 그리고 신한은행, 삼성생명이 각각 1승1패로 그 뒤를 따르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2연패로 최하위에 처져 있다. KEB하나은행의 상승세가 눈에 띄는 가운데 대회 2연패를 노리는 KB를 비롯해 추격자들이 남은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 주느냐가 우승팀을 결정짓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신자컵 서머리그 3차전은 KDB생명-우리은행, 삼성생명-KB, KEB하나은행-신한은행의 맞대결로 24일 재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