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5월 28일 도쿄아시안게임에서 첫 대결을 펼친 뒤 지난해 10월 11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 승부까지 총 29번 격돌했다.
역대 전적에서 이란(13승7무9패)이 조금 앞서고 있다. 하지만 전쟁의 역사를 면밀히 살펴보면 대부분이 대등한 경기였다. 완승과 완패도 서로 나눠 가졌다.
이 두 팀의 팽팽함을 보여 주는 결정적 수치가 있다. 바로 '득점'과 '실점'이다.
29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국은 이란을 상대로 32골을 넣었다. 이란은 한국 골문에 32골을 성공시켰다. 즉 두 팀의 골득실이 32득점, 32실점으로 동률이라는 것이다. 단 한 골의 오차도 없는 수치가 한국과 이란의 승부 세계를 정의하고 있다.
◇ 시작은 5-0 승리
시작은 싱거웠다.
도쿄아시안게임 첫 승부에서 한국은 5-0 대승을 거뒀다. 지금 모두 고인이 된 한국 축구의 역사 이수남·김영진·문정식·최정민·우상권이 5골을 완성시키며 이란을 처참하게 격침시켰다. 5골 차는 두 국가의 승부 중 최다골 차로 기록돼 있다.
대승의 기억은 또 있다.
1988년 12월 11일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예선 4차전에서 변병주(50)의 2골과 황선홍(49)의 1골을 더해 3-0으로 승리했다.
1993년 10월 16일에는 1994 미국월드컵 최종예선 상대로 만나 박정배(50)·하석주(49)·고정운(51)의 연속골이 터졌다. 3-0 승리로 환하게 웃었다.
중국 산동성 지난시 산둥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2004아시안컵축구 8강전에서 패한 한국축구대표팀 스트라이커 이동국이 그라운드에 앉아 좌절하고 있고 이란 선수들은 환호하고 있다 ◇ 굴욕의 이란전
반면 굴욕적 순간도 존재했다.
1996년 12월 16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 8강전이 최대 굴욕의 역사로 남아있다.
한국은 김도훈(47)과 신태용(47)의 연속골로 전반을 2-1로 앞서 나가다 후반 무려 5골을 내리 실점하며 2-6으로 무너졌다. 4골을 폭발시킨 알리 다에이(48)는 이란의 영웅이었다. 다에이 4골을 두 국가의 전쟁 역사에서 개인 최다골 기록이다.
2004년 7월 31일 중국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국은 4골을 허용하며 3-4로 졌다. 이 경기의 히어로는 해트트릭을 성공시킨 알리 카리미(39)였다.
◇ 1골 차 승부가 대세
200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됐고, 승부는 조심스러워졌다. 때문에 다득점 승부는 나오지 않았다. 1골 차 승부가 대세를 이뤘다.
2006년 11월 15일 동남아시아 4개국(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베트남) 아시안컵 예선에서 이란이 한국에 2-0 승리를 거둔 이후 9경기를 치를 동안 어느 한 팀도 한 경기에서 2골 이상을 넣지 못했다.
2009년 2월과 6월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에서 두 팀은 1-1 승부를 주고받았다.
이후 6경기는 모두 한 골로 승부가 갈렸다.
2010년 9월 7일 친선경기에서 이란이 1-0으로 승리했고, 2011년 1월 22일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는 한국이 1-0 승리로 반격했다.
다음부터는 이란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와 2014년 11월 18일 열린 천선전 그리고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까지 이란은 4경기 연속으로 1-0 승리를 챙겼다.
2013.06.18. 울산 문수월드컵구장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최종예선 한국과 이란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전반 슛을 하고 있다. ◇ 33번째 골 주인공은
이런 흐름은 두 팀의 30번째 매치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이란은 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 대결을 펼친다.
카를로스 케이로스(64) 이란 감독은 전형적인 선수비-후역습 전술을 구사한다. 한국의 최근 4연패도 모두 이 전략에 당한 것이다.
이를 상대하는 신태용 한국 감독 역시 비슷한 전술을 구사할 계획이다. 신 감독은 "이란전은 큰 스코어 승리가 중요한 경기가 아니다. 이란을 이겨서 월드컵 본선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비에 집중하며 조심스럽게 경기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에도 1-0 승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즉 '33번째' 골을 터뜨리는 쪽이 승리한다는 의미다.
한국에는 후보가 많다. 에이스 손흥민(25·토트넘)을 비롯 잘츠부르크에서 7호골을 신고한 황희찬(21)도 있다. 베테랑 이동국(38·전북 현대)의 감각에도 기대를 걸만 하다. 중동 킬러 이근호(32·강원 FC)도 이란을 벼르고 있고, 196cm 장신 공격수 김신욱(29·전북)의 높이도 무시할 수 없다.
신 감독은 "대표팀 공격수들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모두 좋은 컨디션을 가지고 있다"며 "이란전은 가장 몸상태가 좋은 선수가 나설 것이다. 분명 골 결정력을 보여 줄 것"이라며 33번째 골 주인공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