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는 24일부터 29일까지 엿새 동안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29일 투표 결과를 확인, 총파업 가결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시사제작국·콘텐트제작국·보도국·아나운서국·드라마국·편성국·예능국·라디오국에 소속된 조합원은 제작 거부 의사를 밝히며 총파업 동참 의사를 전했다. 조합원들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면서 9월 총파업은 내부적으로 확정적인 분위기다.
MBC 노조는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 파업을 진행했다. 5년 만에 파업을 앞두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MBC의 이미지는 급속도로 추락했다. 신뢰도를 잃었고 내부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사측과 노조 측은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를 두고 '존재한다'와 '허위 사실'이라는 주장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자율권 침해와 방송 규정 위반에 대해서도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작 거부에 나선 아나운서 27인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2년 파업 이후 MBC 아나운서들은 유례없는 비극과 고통을 겪었다. 11명의 아나운서가 부당 전보됐다. 불과 얼마 전에는 지속적·상습적 방송 출연 금지 조치에 절망한 김소영 아나운서가 사표를 던지는 등 12명의 아나운서가 회사를 떠났다. 떳떳한 방송을 하고 싶다"면서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의 언론 탄압과 동료들의 갈등·분열을 조장한 현 경영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PD수첩' 제작진 역시 편향성 우려로 방송을 불허한 사측에 반발하며 제작 중단을 선언했다. 사측은 "누군가의 동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방송을 하는 것은 방송 규정 위반"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합원들의 파업 찬반 투표가 시작되기 전날 김장겸 사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블랙리스트 문건에 대해 강하게 부인, 파업할 때마다 떨어지는 MBC의 브랜드 가치를 강조했다.
현재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은 제작 거부 선언의 영향으로 결방하고 있다. 계약직 직원들이 제작 거부를 선언한 노조 조합원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MBC 한 관계자는 "예능과 드라마는 당분간 결방이 없다. 부득이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파일럿은 정상 방송한다는 게 내부 입장"이라고 전했다. 드라마나 예능의 경우 외주 제작이 많은 비중을 차지해 당장의 결방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목을 끌고 있는 건 내달 16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DMC 페스티벌'이다. 사측이 파업 여부와 상관없이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는 터. 한쪽에선 파업으로 시끌벅적한데 다른 한쪽에선 축제를 열고 즐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MBC 노조 한 관계자는 "오는 30일 오전 결과를 공고, 가결되면 결의 집회를 열고 파업에 들어간다. 현재로선 가결될 수 있도록 조합원들의 뜻을 모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큰 이벤트들이 있어서 고민을 안 하는 건 아닌데 파업 원칙은 조합원 전원이 참여하는 것이다. 회사 안팎에서 파업이 두 달 내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노조의 원칙은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다. 목표는 현 경영진의 사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