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들이 마음껏 웃길 곳이 필요하다. 적어도 지난 25일부터 내달 3일까진 부산에서는 마음껏 웃길 수 있다. 코미디언의 축제 '부코페'가 5년째 부산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코페'는 다섯 살이 된 만큼 규모는 더욱 커졌고, 관객들은 증가했다. 각 공연은 매진을 이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웃길 곳이 없는 개그맨들이 간곡한 애원을 했다. "우리도 웃길 수 있다"고.
25일 오후 7시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영화의 전당에서 '제5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의 개막식이 진행됐다.
이날 '부코페'는 블루카펫부터 개막식까지 웃음으로 가득 찼다. 해외 개그맨부터 신인, 원로 개그맨까지 '부코페'를 찾아 빛냈다.
▶ MBC 개그맨 "우리도 웃길 수 있어요"
MBC 개그맨 신동수·고명환·문천식·임준혁이 기자들에게 직접 기사를 써달라고 요청했다.
이유는 "MBC 개그맨도 웃길 수 있다"였다. 신동수는 "'부코페'에 나왔지만 기사 검색이 하나도 안 된다. MBC 보라고 일부러 피켓을 들고 왔는데 부탁 좀 드린다"고 간곡하게 애원했다.이들은 실제로 블루카펫에서도 피켓을 들고 입장했다. 각 피켓에는 'MBC 개그맨도 웃길 수 있습니다' 'MBC 코미디 부활을 꿈꾸며!'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MBC 개그프로그램은 2009년 '개그야'가 폐지된 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 KBS 2TV '개그콘서트'에 반가운 얼굴인 신봉선·강유미·박휘순 등이 복귀했다. 전성기를 이끌던 코미디언들이 무대에 다시 올라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MBC는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이 때문에 개그맨이 설 자리를 잃은 것. 이들은 한순간에 실직자로 남게 된 셈이다. 오죽했으면 기자들에게 와서 이런 말을 했을까.
'부코페'는 국내 코미디 최고 축제다. 5년 동안 이어졌고, 매년 그 규모는 커지고 있다. 개그맨들은 축제가 열리는 곳에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를 바랐다.
▶ 해외+국내 공연팀, 갈라쇼에 웃음꽃
개막식 이후 갈라쇼가 펼쳐졌다. 가장 먼저 등장한 팀은 가마루쵸바였다. 가마루쵸바는 Newsweek에서 '세계가 존경하는 일본인 100'에 오른 바 있는 유명 개그맨 듀오다. 이들은 마임부터 마술까지 선보이며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어 오스트리아에서 온 페니 그린홀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아이스댄싱을 선보이겠다고 말한 뒤 자신과 함께 무대에 오를 사람을 골랐다. 추천을 받아 이상준을 무대에 올린 뒤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개그 아이스댄싱'을 펼쳤다. 이상준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린홀의 몸짓을 받아줘 빅재미를 보였다.
김영철이 블루카펫에 이어 '따르릉'을 라이브로 소화했다. 관객들은 떼창으로 '따르릉'에 응답했다.
스위스와 이탈리아에서 온 꼼빠냐 바칼라의 서커스 같은 공연도 볼거리였다. 또한 마리오 퀸 서커스는 음악과 함께 저글링을 선보이며 감탄을 자아냈다. 캐나다 출신 벙크 퍼펫은 전세계가 극찬한 최고의 그림자쇼로 색다른 웃음을 선보였다. 이어 신봉선 장동민 김대희의 '대화가 더 필요해' 공연이 펼쳐졌다.
'부코페' 마지막 대미는 박나래가 장식했다. 박나래는 그동안 갈고닦았던 DJ실력을 부산 시민 앞에서 자랑했다. 흥겨운 EDM이 영화의 전당에 울려 퍼졌고, 박나래는 "미칠 준비 됐나. 겁나 드럽게 놀 거야. 소리 질러"라며 호응을 유도했다. 박나래의 디제잉에 부산은 한순간 클럽으로 바뀌었고,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노래를 즐겼다.
올해로 다섯 살이 된 '부코페'는 총 10개 팀 51개 공연이 펼쳐진다. 넓은 스펙트럼을 갖추고 다채로운 장소에서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할 수 있는 축제로서 부산 곳곳을 웃음으로 가득 채울 예정이다.
화려한 개막식 라인업으로 축제의 열기를 달군 '부코페'는 영화의 전당과 해운대그랜드호텔, 신세계백화점 센터시티점, 부산디자인센터, 경남정보대학교 센텀캠퍼스, 소향씨어터 등 올해 대부분의 공연이 센텀시티와 해운대 인근을 중심으로 25일부터 9월 3일까지 10일간 축제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