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들이 마음껏 웃길 곳이 필요하다. 적어도 지난 25일부터 내달 3일까진 부산에서 마음껏 웃길 수 있다. 코미디언의 축제 '부코페'가 5년째 부산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코페'는 다섯 살이 된 만큼 규모는 더욱 커졌고, 관객들은 증가했다. 각 공연은 매진을 이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웃길 곳이 없는 개그맨들이 간곡한 애원을 했다. "우리도 웃길 수 있다"고. 25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영화의 전당에서 개막한 '제5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은 블루카펫부터 개막식까지 웃음으로 가득 찼다. 해외 개그맨부터 신인, 원로 개그맨까지 '부코페'를 찾아 빛냈다.
웃음 가득 블루카펫
개막식 MC는 김구라였다. 김구라는 명MC답게 매끄러운 진행을 펼쳤다. 블루카펫 행사에선 총 26개팀, 100명의 개그맨이 블루카펫을 밟았다. 스타트는 MC 김구라 차지였다. '부코페' 안방마님이 등장하자 관객석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JTBC 아나운서 장성규도 김기리가 '닮은꼴'로 블루카펫에 나타나 큰 환호성을 받았다. 데칼코마니 같은 모습으로 이마 키스 등을 보여줬다.
가장 큰 환호성을 받은 코미디언은 박나래·오나미·김지민·박소영. 미녀 개그우먼이 등장하자 장내는 들썩였다. 관객들과 하이파이브는 물론 환한 미소로 답했다. 김영철은 자신의 노래 트로트 EDM '따르릉'과 함께 블루카펫에 올랐다. 김영철이 등장하자 관객들은 더 큰 환호성으로 보답했다. '따르릉' 음악에 맞춰 춤을 췄고, 관객들은 떼창으로 응답했다. 마지막으로 집행위원장 김준호가 등장했다.
이동우, 성화 봉송…감동의 도가니
'부코페'는 웃음뿐만 아니라 감동도 잡았다. 그 중심엔 '인간 승리 아이콘' 이동우가 있었다. 서울에서 임하룡과 전유성으로부터 시작된 성화는 틴틴파이브 이동우와 김경식이 마지막으로 봉송했다.
이동우는 "믿음직한 동료 김경식이 옆에 있어서 블루카펫을 잘 밟을 수 있었다"며 "오랜 염원이 이어졌다. 남은 세 명이 없어서 아쉽지만, 굉장히 기쁘다. 모두 함께 재밌고 행복한 그런 시간 누렸으면 좋겠다. 축하드린다"며 '부코페'에 참석한 소감을 전했다. 이동우는 틴틴파이브에서 메인 보컬을 맡았던 만큼 멋진 재즈를 축가로 선보였다.
집행위원장 김준호는 5년째 '부코페' 개막을 선언했다. 그는 "고마운 분이 너무 많다. 코미디언분들 후원사, 시장님, 시민들 감사하다. 9월 3일까지 하니까 열흘 동안 마음껏 웃으시라. 부산바다 웃음바다 화이팅"이라고 말했다.
MBC 개그맨 "우리도 웃길 수 있어요"
MBC 개그맨 신동수·고명환·문천식·임준혁이 기자들에게 직접 기사를 써달라고 요청했다. 신동수는 "'부코페'에 나왔지만 기사 검색이 하나도 안 된다. MBC 보라고 일부러 피켓을 들고 왔는데 부탁 좀 드린다"고 간곡하게 애원했다.이들은 실제로 블루카펫에서도 피켓을 들고 입장했다. 각 피켓에는 'MBC 개그맨도 웃길 수 있습니다' 'MBC 코미디 부활을 꿈꾸며!'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MBC 개그프로그램은 2009년 '개그야'가 폐지된 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 KBS 2TV '개그콘서트'에 반가운 얼굴인 신봉선·강유미·박휘순 등이 복귀했다. 전성기를 이끌던 코미디언들이 무대에 다시 올라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MBC는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오죽했으면 기자들에게 와서 이런 말을 했을까.
'부코페'는 국내 코미디 최고 축제다. 5년 동안 이어졌고, 매년 그 규모는 커지고 있다. 개그맨들은 축제가 열리는 곳에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를 바랐다.
해외+국내 공연팀, 갈라쇼에 웃음꽃
개막식 이후 갈라쇼가 펼쳐졌다.
가장 먼저 등장한 팀은 가마루쵸바였다. 가마루쵸바는 뉴스위크(Newsweek)에서 '세계가 존경하는 일본인 100'에 오른 바 있는 유명 개그맨 듀오다. 이들은 마임부터 마술까지 선보이며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어 오스트리아에서 온 페니 그린홀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아이스댄싱을 선보이겠다고 말한 뒤 자신과 함께 무대에 오를 사람을 골랐다. 추천을 받아 이상준을 무대에 올린 뒤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개그 아이스댄싱'을 펼쳤다. 이상준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린홀의 몸짓을 받아줘 빅재미를 보였다.
김영철이 블루카펫에 이어 '따르릉'을 라이브로 소화했다. 관객들은 떼창으로 '따르릉'에 응답했다.
스위스와 이탈리아에서 온 꼼빠냐 바칼라의 서커스 같은 공연도 볼거리였다. 또한 마리오 퀸 서커스는 음악과 함께 저글링을 선보이며 감탄을 자아냈다. 캐나다 출신 벙크 퍼펫은 전세계가 극찬한 최고의 그림자쇼로 색다른 웃음을 선보였다. 이어 신봉선 장동민 김대희의 '대화가 더 필요해' 공연이 펼쳐졌다.
'부코페' 마지막 대미는 박나래가 장식했다. 박나래는 그동안 갈고 닦았던 DJ실력을 부산 시민 앞에서 자랑했다. 흥겨운 EDM이 영화의 전당에 울려 퍼졌고, 박나래는 "미칠 준비 됐나. 겁나 드럽게 놀 거야. 소리 질러"라며 호응을 유도했다. 박나래의 디제잉에 부산은 한순간 클럽으로 바뀌었고,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노래를 즐겼다.
올해로 다섯 살이 된 '부코페'는 총 10개 팀 51개 공연이 펼쳐진다. 넓은 스펙트럼을 갖추고 다채로운 장소에서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할 수 있는 축제로서 부산 곳곳을 웃음으로 가득 채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