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에게 나를 알게 할 기회를 주지 않겠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취한 첫 번째 '대(對) 이란전 비책'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 이란과 경기를 앞두고 30일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신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구체적인 전술이나 선수 기용에 대한 부분은 '비밀'에 부쳤다. 평소 언론에 정보를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하던 신 감독답지 않은 치밀한 침묵이었다. 그만큼 이란전을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다음은 신 감독과 일문일답.
-내일 경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선수들이 월요일 모여서 완전체 되어 훈련하고 있다. 컨디션도 좋고 이란 이겨야한다는 결연한 의지 가지고 있어서 좋은 경기될 것이라 생각하고 선수들 믿는다."
-황희찬과 손흥민의 컨디션은? "애매하다. 두 선수 선발 명단은 내일 경기장 오시면 아실 수 있을 것 같다. 이란 감독이 워낙 심리전이나 전술가이기 때문에 (경계한다). 그래도 우리 신태용팀을 처음 접해보는 만큼 언론에서 먼저 공개하지 않으면 우리 팀을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 내 성격상 다 말씀드리고 오픈해서 다시 공유하고 가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번만큼은 한마음 한뜻으로 협조해주셨음 감사하겠다. 우리가 절체절명의 상황에 있기 때문에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 같이 이김으로써 러시아월드컵 갈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이란전 꼭 이겨야하는 각오가 여럿 있다. "이겨야 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란 못이기면 마지막 우즈벡 가서 이기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란을 잡아야 러시아월드컵 더 가까워질 수 있고 역대 이란을 상대로 힘든 부분 많았던 걸 되갚아주고 바꿀 수 있는 기회다. 선제골을 넣음으로써 안좋은 표현으로 얘기하자면 침대축구가 되겠지만, 그런 축구 안나오고 페어플레이하는 모습을 만들고자 한다."
-이란 전력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내가 어떻게 준비하는지 상대가 알면 또 상대는 그 부분에 대해 준비하지 않겠나(웃음) 장점이라고 하면 카운터어택 아닐까. 선수들이 케이로스 감독의 생각을 잘 이해하고 있다. 시간적으로 오랫동안 같이 해오다보니 선수 한두명 바뀌더라도 그런 패턴은 바뀌지 않는다. 잘 아시다시피 이란 축구는 신체조건 좋다보니 힘있는 축구, 세트피스에 있어서 그런 게 위협적이다.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부분은 그렇게 하자는 생각이다. 우리가 어떻게 부수겠다는 건 나중에 하겠다."
-수비 강조했는데 이란전 최근 무득점. 공격의 답답함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경기다. 골 넣는 경기이고 골을 먹지 않는 경기를 함으로써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고 보는데 선 수비, 원하는 경기를 이어가면서 골을 넣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수비 훈련 조직적으로 이어가면서 공격은 공격 나름대로 준비했기 때문에 한두 가지만 나오면 이란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쉽게 나오지 않을까."
-케이로스는 7년 동안 팀을 만들었고, 신태용 감독은 열흘 밖에 없었다. 7년된 팀을 상대로 열흘된 팀이 충분한 비책을 마련했는가? "충분히 자신있다, 깰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공은 둥글기 때문에 감독이 무조건 자신있다고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떻게 될 지는 나도 모른다. 경기장 안에서 어떤 상황 발생할 지도 모르고. 이란은 길게 말하면 7년이고 짧게 얘기하면 1~8차전 예선을 분석했고, 이란은 반대로 열흘된 한국을 분석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리하지 않겠나. 역으로 생각하면 7년 이어가면서 감독이 원하는 축구 눈빛으로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게 안되는 만큼 장단점이 뚜렷하다. 계속 공유하고 서로 얘기하고 훈련 중이다."
-케이로스는 노련한 감독이다. 어떻게 평가하나 "나쁘지 않다고 본다. 감독이 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본다. 감독들은 선수들의 포메이션이나 전술 짜기 바쁘지 그 팀 왔는데 골탕 먹이고 이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러나 직접 당했을 경우에는 충분히 불만이나 투정을 얘기할 수 있다. 나 또한 당했을 때는 손님 접대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나, 그런 얘기 분명히 한다. 내가 처음 이란 원정 갔을 때 나사 볼트에 머리를 맞은 적도 있다. 우리 팬들은 너무 양반이지 않나 싶을 정도다. 경기할 때마다 이란 팬들 선수들에게 레이저 쏘고, 라커룸 들어갈 때 스탠드 오래되다보니 짱돌이나 볼트 이런 걸 선수들에게 던지고 코칭스태프가 맞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그런 부분을 표현하지 않았다. 케이로스 감독이 왜 그런 표현을 하는지는 나름대로 전략가이기 때문이 아닐까, 어떤 의미로 감독으로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하고 있다고 본다. 나 또한 그런 상황이 되고 이란 감독이었다면 최대한 우리가 손해보지 않는 상황에서 뭘 가져올 수 있을지 그런 건 생각하고 해야한다."
-그동안 감독을 맡으면서 종종 예상하기 힘든 전술을 꺼낼 때가 있었다. 내일 경기도 그런가? 알 수 없다.
-훈련시간이 매우 짧았는데 경기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가?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선수들을 믿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란 감독이 얘기했듯 (훈련시간은)FIFA룰이 있기 때문에 월드컵 나가는 모든 팀의 감독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단지 믿을 수 있는 건 선수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