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KBO 심판 최모(50)씨를 둘러싼 금품수수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미 금품수수를 인정한 두산과 KIA에 이어 넥센과 삼성 관계자도 추가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박재억 부장검사)는 30일 최씨에게 상습 사기와 상습 도박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씨는 심판 재직 시절 두산 구단 전 사장과 KIA 구단 관계자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에게 급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각각 수백만원씩 총 3000여 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이같이 빌린 돈을 대부분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씨가 챙겨 간 돈 3000여 만원 가운데 절반가량은 야구규약상 돈 거래를 할 수 없는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들에게 빌린 것으로 드러나 더 큰 물의를 빚었다. 야구규약 제155조 '금전 거래 등 금지' 제1항에는 "리그 관계자들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앞서 검찰은 28일 최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심문했다. 또 최씨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전·현직 구단 관계자들과 동료 심판들도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가 금전을 요구하거나 실제로 돈을 받아 낸 구단이 두산과 KIA 외에 더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씨는 이미 지난해 한 차례 "구단 관계자들에게 수시로 돈을 요구했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KBO는 당시 10개 구단을 상대로 최씨와 금전 거래 사실을 자진 신고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두산이 유일하게 "최씨에게 구단 고위 관계자가 300만원을 보냈다"고 신고했다. 넥센은 "구단 고위 관계자가 최씨에게 금전 요구를 받았지만 돈을 보낸 사실은 없다"고 통보했다. KBO는 두산과 관련한 진상 조사를 벌인 끝에 "대가성 거래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해당 구단 관계자도 오히려 피해자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법적인 해석을 거쳐 비공개 엄중 경고 조치했다.
그러나 지난달 초 뒤늦게 그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문제가 공론화됐다. 결국 최씨에게 돈을 보냈던 두산 전 대표이사가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두산 새 대표이사가 취임과 동시에 잠실구장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 후다. 검찰이 다시 진상 조사를 시작하면서 최씨와 관련된 구단이 추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29일에는 KIA가 최씨와 부적절한 금전 거래를 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관계자 두 명이 최근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해 "금전을 빌려 달라는 최씨의 부탁에 2012년과 2013년 각각 1회 100만원씩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KIA는 "이번 사안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해당 직원을 상대로 징계위원회를 진행 중이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30일에는 넥센과 삼성이 잇따라 도마 위에 올랐다. 넥센 구단주인 이장석 서울 히어로즈 대표이사가 29일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최씨가 금품을 요구한 상황과 최씨에게 구단이 돈을 보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 대표는 최씨가 심판으로 재직하던 당시 돈을 보내 달라는 전화를 받은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돈을 직접 건넨 적은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삼성 관계자 역시 2013년 10월 최씨에게 400만원을 송금한 정황을 포착하고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최씨가 심판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부당하게 돈을 받아 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두산·KIA·넥센·삼성 외에 다른 구단 관계자들도 최씨와 금전 거래를 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조사 폭을 넓히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거론되는 대가성 승부 조작 의혹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확인된 부분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