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 녹록치 않죠. 지금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늘 고민하고 생각해요."
거장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으로 데뷔해 2002년 '오아시스'로 베니스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여배우 문소리(43)다. 충무로에 아무리 여배우를 위한 시나리오가 씨가 말랐다고 해도 톱 여배우에 위치한 이들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일까 싶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예외는 없다. 결국 문소리는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문소리는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통해 감독에 당돌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연기파 배우 문소리의 감독·각본·주연작으로, 여성으로서의 삶과 직업으로서의 배우, 더불어 영화에 대한 깊은 사랑을 데뷔 18년 차 배우 문소리의 스크린 밖 일상을 통해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은 작품이다.
남편 장준환 감독과 함께 '부부 감독'으로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문소리의 첫 작품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여배우의 일상을 여배우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배우가 감독으로 직접 터치했으니 팩트와 픽션의 묘한 경계를 넘나드는 재미도 쏠쏠하다. 애초 '여배우가 설 자리가 없으니 감독이나 해 볼까?'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2011년 출산과 육아로 한동안 영화 현장에서 멀어져 있으면 이유없이 찾아온 무력감으로 인해 배우로서 자존감이 한껏 떨어진 문소리는 이를 회복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영화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원에 진학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과 제작까지 도맡게 된 것. 지금껏 배우를 업으로 연출에 도전한 이들은 많지만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건드린 감독은 많지 않다. 똑소리나는 여배우 문소리는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문소리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하반기 방송 예정인 JTBC 예능 '전체관람가' 고정MC로 윤종신·김구라와 호흡 맞춘다. 3년만에 문소리를 예능 무대에 불러들인 만큼 단순한 예능은 아니다. 영화감독들이 단편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담는다. 영화와 방송을 콜라보레이션 한 블록버스터 프로그램으로 신선한 포맷이 강점이다.
이미 '인정사정 볼것없다' 이명세 감독·'조작된 도시' '웰컴 투 동막골' 박광현 감독·'대립군' '말아톤' 정윤철 감독·'남극일기' '마담뺑덕' 임필성 감독·'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이경미 감독·'상의원' '남자사용설명서' 이원석 감독·'똥파리' 양익준 감독·'계춘할망' 창감독·'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봉만대 감독 등이 참여를 확정했다.
문소리는 영화계에 잔뼈가 굵은 여배우로, 단편영화를 직접 제작해 본 감독으로 제작과정에 직접 참여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카메오로서 출연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포부다. 수익은 저예산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독립영화 진흥을 위해 의미있게 쓰여질 전망이다. 문소리는 "10여 년 정도 영화를 하다보니 영화가 더 좋아지고 영화에 더 관심이 많아지고 그래서 공부도 하게 됐다. 한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은 솔직히 녹록치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변화하기 위해 난 지금 무엇을 하는게 좋을까' 같이 이야기 나누고 반 발자국이라도 함께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난 '뭔 능력자라고 이것저것 넘보냐'는 말을 스스로에게 한다. 내 인생이지만 무엇이든 내가 마음대로 판단하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늘 지금의 네 자리가 무엇이고, 1번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넌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더 엄격하게 생각하려 노력 중이다고 충무로 큰 언니로서의 마인드도 내비쳤다.
임순례 감독은 "연기도 잘하는데 연출까지 잘하면 어쩌냐"며 기분좋은 한탄을 했다. 아름다움의 기준과 가치는 누구도 명확하게 기준내릴 수 없다. '예쁘다'고 무조건 여배우를 할 수 있는 것도, 배우라 불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수식어를 얻기까지 뼈를 깎는 노력이 동반됐다. 하지만 매 순간 노력하고 여전히 발전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문소리는 누구보다 아름다운 여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