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임단협 기상도… 쌍용 '맑음' vs 현대기아·지엠 '흐림' vs 르노삼성 '날벼락'
등록2017.09.04 07:00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과 관련 완성차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쌍용차의 경우 '위기 극복' 차원에서 원만하게 넘어간 반면,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은 노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하반기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르노삼성은 기아차 통상임금 패소의 여파로 노사 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 사 가운데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곳은 쌍용자동차가 유일하다.
쌍용차는 지난 7월 26일 임금 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노조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합의안이 67%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이로써 쌍용차는 2010년 이후 8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게 됐다.
올해 협상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5만3000원 인상, 생산장려금 250만원, 우리사주 출연 100만원(150주 상당) 등이다.
반면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 르노삼성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다. 임단협 협상이 9월로 이어지며 장기전으로 흐르는 형국이다.현대자동차의 경우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잠정 중단하고 새 집행부로 공을 넘긴 상태다. 집행부 선거 일정과 추석 연휴를 고려하면 10월 둘째 주 이후에나 교섭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성과급 전년도 순이익의 30% 및 상여금 800% 지급, 주간연속 2교대제 8+8시간 완성, 조합원 총고용 보장, 통상임금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고용보장 등 일부 별도요구안에서는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중요한 임금 인상과 주간연속 2교대제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의 파업과 특근 거부로 현대차는 차량 3만8000여 대를 만들지 못해 8000여 억원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5500여 개에 이르는 현대차의 1, 2차 협력업체 역시 약 4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현대차는 추산했다.
기아자동차도 비슷한 상황이다. 기아차 노조의 임단협 요구 사안과 강도는 같은 금속노조 산하인 현대차 노조와 별반 차이가 없다.
기아차 노조는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사측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자 지난달 22일 부분파업을 실시했다.
한국지엠의 임단협도 타협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철수설까지 나올 정도로 장기 실적 부진 및 투자 부재 등에 허덕이고 있으나 노조는 현대·기아차 노조 수준의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지엠 사측은 지난달 22일 노조를 만나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구성원들이 노력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으나, 노조는 "적자는 애초 회사가 자초한 것이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임단협 마무리를 코앞에 두고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에 발목이 잡혔다.
르노삼성은 지난 1일 노조가 실시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전체 투표자(2273명)의 약 58%(1322명)가 반대하면서 부결됐다.
앞서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달 30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했고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투표 전날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 소송에서 노조가 일부 승소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차 근로자들의 임금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 르노삼성 노조원들의 불만이 찬반 투표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판매 부진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완성차 업계가 노사 갈등으로 또다시 발목이 잡히는 모습"이라며 "임금·단체협상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면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