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에는 외국인 선수들의 한국 적응을 돕는 코디네이터가 있다. 왼쪽부터 에릭 해커, 패트릭 버고, 제프 맨쉽, 재비어 스크럭스. 버고는 지난해부터 외국인 코디네이터로 다이노스에서 일하는 중이다. NC 제공 NC 야구단에는 다른 팀에 없는 보직이 하나 있다. 바로 외국인 코디네이터다.
외국인 선수의 한국 적응 등을 돕기 위해 지난해부터 외국인 코디네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본사 데이터 팀에 속해 있는 패트릭 버고(39)가 2년째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홈이나 원정 경기 때 일이 있으면 야구장에 온다. 외국인 선수가 등판하는 날에도 마찬가지다. 야구장이 아니면 밖에서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 선수의 몸값이 수직상승 하면서 '적응'에 실패할 경우 구단이 받는 위험성도 커졌다. NC는 이 위험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외국인 코디네이터를 통해 외국인 선수의 국내 무대 안착을 돕고 있다. 말동무가 되기도 하고, 고민도 해결해 주면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그는 일간스포츠와 서면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팀의 성공을 위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다"고 말했다.
-정확하게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 "NC 데이터 팀에 소속돼 외국인 선수 관련 일을 하고 있다. 통역을 비롯한 다른 직원들과 함께하면서 외국인 선수가 한국과 KBO 리그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중점을 둬 도움을 주고 있다. 선수들이나 환경이 바뀌기 때문에 하는 일은 매 시즌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올해에는 재프 맨쉽과 재비어 스크럭스가 새롭게 영입돼 자연스럽게 담당하는 일도 달라졌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맨쉽과 스크럭스에게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비교해서 알려 주는 교육도 했고, 최대한 빨리 적응할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한국에 처음 오게 된 계기는. "대학생 때 가장 친했던 친구가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이었다. 그래서 한국 친구들을 사귀었고, 2002년에 친구들을 보러 처음 한국에 왔다. 이후 2004년부터 한국에 살기 시작했는데 그 전에도 두 번 정도 더 방문했다. 한국에서 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인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 친구들이 많이 도와 줬다.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과 한국 야구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데 내가 겪었던 경험이 도움 되는 것 같다."
-야구에 관심이 있었던 건가. "고등학교 때까지 야구를 했는데 그만둔 뒤에도 보는 걸 좋아했다. 한국에 온 뒤에도 계속 관심을 가졌고, 자연스럽게 메이저리그에서 KBO 리그로 눈을 돌리게 됐다. 한국에 살면서 야구에 대한 흥미는 더 커졌다. 특히 1800년대부터 한국에서 야구를 했고, 한국 야구팬들이 1980년대 초반부터 세이버메트릭스에 대한 논의를 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나도 SABR(Society of American Baseball Research)에 가입해 한국 야구사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야구단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주로 공부한 건 KBO 리그 이전의 한국 야구지만 외국인 선수들이 자주 바뀐다는 걸 인지하고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능률협회(2011~2014년 재직)에서 한국 회사에 일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교 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었는데 한국에서 뛰는 외국인선수들은 어떤 교육을 받는지 궁금했다. 그 시기에 한국에서 뛰거나, 뛴 경험이 있던 선수들, 그리고 한국 야구 산업에 일하는 사람들과 얘기할 기회가 생겼고 이런 교육이 외국인 선수와 팀 모두에게 이익이 될 거로 생각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서강대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KBO 리그 팀들에 내 생각을 전하는 과정에서 NC와 인연이 닿았다. 에릭 테임즈(현 밀워키)에 관해 코리아 타임즈에 기고한 글을 보고 연락이 왔고, 얘기를 나눈 끝에 일하게 됐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일을 하나. "선수들이 팀의 성공을 위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애매하고 광범위한 일로 들리겠지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그 나라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하려면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문화에 적응하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외국인 선수들이 겪는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내 일은 선수들이 한국 문화를 더 잘 이해해서 가능한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포함한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야구에 더 잘 집중하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경기장 밖에서 일어나는 어려운 일들에도 도움을 준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야구장 밖에서 일어난 일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올해 초 스크럭스의 부모님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다. 서울에서 경기가 있었는데 경기 직전에 부모님이 도착했고, 스크럭스가 공항에 데리러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내가 그들을 야구장에 데려와 경기를 볼 수 있게 도왔다. 그날 경기가 끝나고 다음 경기를 위해 팀이 마산으로 가야 해서 스크럭스 부모님을 데리고 함께 기차를 타서 마산 아파트까지 데려다줬던 게 기억에 남는다."
-구단과 선수의 가교 역할을 해야는 데 어려움 점은 없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모두 한 팀에 있고, 같은 목표를 위해 일한다'는 것이다. 이전 사례들을 봤을 때 팀과 외국인 선수 사이에 발생했던 문제 대부분이 소통이 잘 되지 못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문화적 차이와 언어 장벽이 이런 문제들을 일으킨 것 같다. 이것을 인지하고 비슷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내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