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했던 준우승 징크스를 떨쳐 낸 순간 스테이시 루이스(32·미국)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루이스는 끝까지 우승 경쟁을 펼친 전인지(23)와 환한 미소로 인사를 한 뒤 그린을 향해 걸어온 남편 제러드 채드웰의 축하를 받고는 눈시울을 붉혔다. 승자와 패자를 떠나 후회 없이 경기를 펼친 아름다운 명승부였다.
4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콜럼비아 에지워터골프장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최종 4라운드. 루이스는 이날 3타를 줄인 끝에 최종 합계 20언더파로 우승했다. 4타 차 3위로 출발한 전인지는 마지막 날 노보기 플레이를 펼치면서 6타를 줄였지만 루이스에 이어 1타 차 준우승에 만족했다.
루이스는 2014년 6월 월마트 NW 아칸소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후 3년 3개월 동안 83개 대회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다. 우승 없이 준우승만 12번. 그중 6번을 한국 선수들에게 밀렸다.
퍼트 부진이 가장 큰 이유였다. 전성기 시절의 루이스는 투어 내에서 퍼트를 가장 잘하는 선수였다. 10승을 거뒀던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온 그린 시 퍼트 수 1, 2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의 온 그린 시 퍼트 수는 19위, 지난해에는 9위에 그쳤다. 그린 위에서 얼굴이 벌게져 애꿎은 퍼터에 화풀이하는 모습이 점점 늘어났다.
그러나 루이스는 이번 대회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퍼트감을 보였다. 3라운드까지 76개의 퍼트 수를 기록하면서 83개를 기록한 전인지를 4타 차로 앞섰다. 전인지에게 1타 차로 추격을 허용했던 최종 라운드 17번홀(파4)에서는 천금 같은 2m 파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준우승 징크스를 떨쳐 버렸다. 루이스는 우승 상금(19만5000달러·약 2억1800만원) 전액을 텍사스주 수해민을 위해 기부했다.
시즌 4번의 준우승으로 루이스 못지않게 우승이 절실했던 전인지는 시즌 다섯 번째 준우승에 그쳤지만 명승부를 만들어 냈다. 전인지는 한때 5타로 벌어졌던 격차를 무섭게 줄였다. 전반까지 4타 차였지만 16번홀까지 3타를 더 줄이면서 루이스를 추격했다. 그러나 17번홀에서 3m 버디를 놓친 데 이어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뒤편 러프로 보내면서 마지막 단추를 채우지 못했다.
아쉽게 우승은 놓쳤지만 전인지의 감은 최고조다. 6월 초 매뉴라이프 LPGA 클래식 공동 2위 이후 5개 대회 연속으로 톱10에 들지 못했던 전인지는 지난주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에서 공동 3위에 오른 뒤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2라운드 1번홀 이후 53홀 노보기 플레이를 펼치는 위기관리 능력도 돋보였다.
전인지는 “이틀 연속 노보기 플레이를 했다. 내 경기를 잘했지만 루이스의 플레이가 워낙 좋았다. 다시 우승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했다. 전인지는 다음 주 개막하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을 겨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