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가을 야구의 급행열차에 탑승한 2017년 롯데의 행보에는 극적인 요소가 많다. 올해 롯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돌아온 거인'들이다. 사연은 사뭇 다르지만 팀에 활력과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우선 부상으로 암흑기를 보낸 주축 선수들이 재기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투수 조정훈(32)과 송승준(37)이 그 주인공이다. 또 한 차례 팀을 떠났던 선수들이 돌아오면서 '무한 에너지'를 만들어 냈다. 구단 역대 최고 스타인 이대호(35)가 6년 만에 친정팀에 복귀한 것이 그것이다. 선수단 내에선 이대호의 합류만으로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구심적 역할을 해냈고, 가장 중요한 지난 8월에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외인 투수 닉 애디튼의 부진으로 헐거웠던 선발진은 조쉬 린드블럼(30)이 돌아와 대안이 됐다.
린드블럼은 심장병을 앓고 있는 딸을 위해 스스로 재계약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딸의 병세가 호전됐고 새 외인 투수가 필요했던 롯데의 러브콜을 받아들였다. 그는 미국에서 뛸 때도 "부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국내 선수들과 융화력도 뛰어난 선수다. 그리고 기대만큼 뛰어난 투구를 보여 줬다.
지난해 부진했던 마무리 투수 손승락(35)과 주축 타자 최준석(34)도 제 기량을 되찾으면서 롯데의 '작은 거인'으로 합류했다. 손승락은 롯데의 후반기 상승세를 이끈 주역이다. '리드만 잡으면 이길 수 있다'라는 인식이 타선의 집중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맞았다. 타격 부진으로 2군까지 내려갔던 최준석도 지난 8월 한 달 동안 팀 내 최다 타점(26개)을 기록했다.
2017년 롯데는 제자리를 찾은 '작은 거인'들 덕분에 뜨거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롯데의 대표적인 '작은 거인'은 재기의 주역으로 꼽히는 투수 조정훈이다.
그는 2010년 6월 13일 KIA전을 끝으로 지난해까지 1군 무대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사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만 세 번이나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만난 그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있었다. "반드시 마운드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리고 그 말을 지켰다. 지난 7월 9일 NC전에서 2583일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주 무기 포크볼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복귀 뒤 20경기에서 6홀드를 올렸다. 장시환과 윤길현이 부진하며 무너진 불펜진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선발투수 송승준은 2014년 이후 노쇠화가 두드러졌다. 지난해는 1군에서 10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올해는 다르다. 불펜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선발진 한 자리를 꿰찼다. 지난달 6일 넥센전에선 통산 100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는 시즌 전 "선발투수가 아니더라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다시 마운드의 기둥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이대호의 존재감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빛난다. 그는 "롯데의 우승을 위해 돌아왔다"고 했다. 전반기엔 일정하지 않은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했다. 장타 생산이 적어서 마음고생도 했다. 그러나 타석에서 한 발짝 물러서 몸 쪽 공 대처 능력을 높인 뒤 타격감이 다시 좋아졌다. 지난 8월에만 10홈런 26타점을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리더 역할까지 충실히 해내고 있다.
지난 7월에 합류한 린드블럼은 최근 등판한 4경기에서 3승을 거뒀다. 미국 무대에선 불펜 투수로 뛴 탓에 투구 수 조절이 필요했지만 이내 '이닝 이터' 면모를 되찾았다.
손승락은 지난해 블론 세이브 6개 평균자책점 4.26에 그치며 기대에 못 미쳤다. 올 시즌도 5월까지 기록한 피안타율이 0.364에 육박했다. 그러다가 지난 6월부터 반등했다. 등판한 8경기에서 기록한 피안타율은 0.171에 불과했다. 지난 7월부터는 세이브를 쌓아 갔다. 그가 지키는 9회는 매우 견고했다.
손승락은 "더는 힘으로만 타자를 상대할 수 없었다. 수차례 교정을 하며 적합한 투구 자세를 찾았고 비로소 체화했다"며 달라진 이유를 설명했다.
최준석은 2군에 내려간 시간 동안 심리 관리를 한 게 도움이 됐다. 결승타만 4개를 치며 롯데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현재 롯데는 제자리를 찾은 이들이 '빅 조합'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롯데팬들이 경기장을 찾는 이유다. 사직구장에서 열린 토요일 경기는 최근 2주 연속 매진됐다.
5일 SK전에서 6연승에 실패했고, 송승준도 부진했다. 하지만 8월 4일 이후 3연패를 당하지 않았다.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절정을 향하는 롯데의 반전 드라마가 어디까지 펼쳐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