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인천 드림파크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티업·지스윙 메가 오픈 최종 4라운드. 이날 파란색 상의를 입고 등장한 장이근에게 시선이 쏠렸다. 한국오픈 우승으로 첫 승을 신고했던 장이근은 KPGA 코리안투어 72홀 최저타 기록과 시즌 첫 2승 달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300야드 이상의 호쾌한 장타에 영화배우 같은 훈훈한 외모를 겸비한 장이근은 파란색 타이즈 입고 혜성처럼 등장하는 히어로 '슈퍼맨'을 연상시켰다.
한국 골프의 차세대 주자로 각광받고 있는 장이근은 그 기대에 부응하듯 이 대회에서 최종 합계 28언더파(260타)로 역대 KPGA 코리안투어 72홀 최저타 기록을 2타 경신하며 우승했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투어 챔피언십에서 이형준(25)이 세운 26언더파 262타였다. 또 장이근은 2007년 김경태(31·신한금융그룹) 이후 신인으로는 10년 만에 다승을 작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우승 상금 1억원을 챙기며 상금 1위(약 4억7000만원)로 올라선 장이근은 신인상 부문 선두를 굳힌 데다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에서도 1000점을 더해 6위(2889점)로 도약했다. 장이근은 남은 대회 결과에 따라 김경태 이후 '신인 3관왕 달성 대기록'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김경태는 2007년 당시 대상과 상금왕, 신인상 등 3관왕을 휩쓸며 슈퍼 루키로 명성을 날린 바 있다.
3라운드에서 54홀 최저타인 23언더파 193타 기록을 세운 장이근은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낚으며 완벽한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장이근은 3번홀에서 첫 번째 버디를 낚으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5번홀에서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세컨드 샷이 그린을 훌쩍 지나가면서 러프에 빠졌다. 위기 상황에서 집중력이 돋보였다. 장이근은 17m 거리에서 시도한 칩샷을 홀컵에 쏙 집어넣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파 행진을 이어 간 장이근은 11, 12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더 달아났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홀로 꼽히는 14번홀에서 8m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장이근은 하이브리드로 티샷을 한 뒤 2온을 시도하지 않고 안전하게 레이업을 했다. 이어 버디 퍼트를 성공시지 못했지만 가볍게 챔피언 퍼트를 집어넣으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완성했다.
이날 장이근은 드라이버를 한 번도 잡지 않고 3번 우드 혹은 하이브리드로 티샷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페어웨이에 보내는 것에 집중했다.
장이근은 “기록보다 첫 다승 주인공이 돼 너무 기쁘다. 타이틀 욕심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다. 일단 신한동해오픈과 제네시스 챔피언십으로 이어지는 2개 대회가 중요하다"며 다부진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100~105야드 거리가 가장 자신 있다. 코스가 짧아서 56도 웨지로 칠 수 있는 샷들이 많이 나왔다"며 우승 원동력을 설명했다.
27년 만에 '노보기 우승'을 겨냥했던 임성재(19)는 1번홀에서 1m 파 퍼트를 놓쳐 대기록 도전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임성재는 현정협과 함께 26언더파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컷을 통과한 출전 선수가 모두 언더파를 적는 진기한 기록도 나왔다. 홀인원 3개를 포함해 역대 최다인 54개의 이글도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