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1000만 돌파 성적을 얻으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두 편의 한국 영화가 각각 일본과 중국에서 심상찮은 반응을 얻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유일한 1000만 영화였던 '부산행(연상호 감독)'은 좀비로 일본을 사로잡았고, 올해 첫 1000만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는 중국 관객들을 펑펑 울렸다.
한국 영화 사상 역대급 해외 수익을 올린 토종 한국산 글로벌 영화 '부산행'은 지난 1일 일본에서 개봉, 연일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1일 '신칸센(新感染): 파이널 익스프레스'라는 제목으로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 등을 포함한 총 44개 도시 148개 스크린 규모로 개봉한 '부산행'은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톱10 진입엔 실패했지만 이후 입소문이 퍼지면서 상영관이 200개 가량 늘어났다. 이는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4년 만에 최대 수치다.
'부산행'은 일본 전역에서 개봉한 영화를 대상으로 한 '개봉 첫날 관객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출구조사에 응한 관객 60% 이상이 90점 이상의 만족도를 보인 것. 또 일본의 각종 영화사이트에서 평균 4.1점 이상의 높은 관객 평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부산행' 개봉을 기념해 직접 일본을 방문한 연상호 감독은 일본 영화계와 관객들의 열정적 환대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영화에 대한 일본 관객들의 관심과 애정이 얼마나 높은지 가늠케 한다.
관객들은 국내에서는 다소 호불호가 갈렸던 스토리에도 호평을 전했다. '홍수와 같이 밀려드는 좀비에 간담이 서늘했다' '단순한 좀비 영화가 아니다. 반전도 있고 스릴 넘친다' '왜 칸 영화제 초청을 받았는지 알겠다'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감정을 쥐고 흔든다' '위기 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해질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등 의견이 이를 뒷받침 한다.
'택시운전사'는 중국에서 정식 개봉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평점 9.1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 중이다.
관객들은 '역사적 상처와 아픔을 문화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중국은 잘 안다. 한국은 그 어려운 것을 지속적으로 해내고 있다' '부끄러운 역사라도 그 실체와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영화가 주는 선한 영향력' '송강호, 송강호의 얼굴은 대단하다' '중국의 과거가 자꾸만 떠올랐다. 오열했다'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던데 그 이유를 충분히 알겠다' 등 감상평을 쏟아내고 있다.
혐한 등을 이유로 여전히 한국 영화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일본은 '부산행'의 신선함과 영화 산업 발전에 감탄했고, 당국의 검열로 있는 그대로의 역사 영화가 탄생할 수 없는 중국은 '죽기 전에 중국판 택시운전사를 볼 수 있을까'라는 내용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한탄했다.
'부산행' 측 관계자는 "해외 어느 나라에서나 통할 수 있는 한국산 글로벌 영화의 시발점이 됐다"고 전했고, '택시운전사' 측 관계자는 "대륙에서는 정식 개봉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영화의 힘은 국적을 떠나 전달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