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치를 웃도는 팀 성적을 냈고 가치 있는 개인 기록이 쏟아졌다. 봄에만 들썩이던 사직구장이 가을에도 연일 인산인해다.
우선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하다. 롯데는 18일 현재 75승2무61패를 기록하며 4위에 올라 있다. 17일 SK전에서 9-5로 완승해 포스트시즌 진출 매직넘버를 '1'로 줄였다. 5년 만에 목표 달성에 다가섰다. 빠르면 19일 사직 두산전에서 구단과 팬의 염원이 이뤄진다. 1.5게임차로 앞서 있는 3위 NC는 지난주 1승에 그쳤다. 더 나아가 준플레이오프 직행 티켓도 거머쥘 수 있는 기회다.
역대 최고의 시즌으로 평가될 만하다. 앞으로 추가하는 승 수는 모두 신기록이다. 이미 1999년 세운 종전 구단 최다승(75승)과 타이를 이뤘다. 5승을 추가하면 역대 첫 80승 고지에 오를 뿐 아니라 2000년 이후 최고 승률(0.563)을 기록할 수도 있다.
극적인 행보로 더 큰 박수를 받았다.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나섰던 2008년은 시즌 내내 상위권을 지켰다. 올해는 전반기를 7위로 마쳤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반응이 컸다. 하지만 반전을 보여 줬다. 8월에 구단 월간 최다승(19승)을 거두며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달아오른 기세가 9월까지 이어졌다.
개인 성과도 돋보인다. 대체로 각자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그 가운데 구단 역사에 이름을 올린 선수도 많다. 마무리 투수 손승락은 롯데 소속 선수 한 시즌 최다 세이브(35개)를 기록했다. 17일 SK전에서 8회초 2사에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 냈다. 종전 기록은 2012년 김사율(현 kt)이 보유한 34개다. 경기 뒤 손승락은 "동료와 코칭스태프 그리고 팬이 있어 만든 기록이다"며 공을 돌렸다.
송승준은 구단 프랜차이즈 투수 다승 2위에 올랐다. 16일 SK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내며 승리투수가 됐다. 통산 104승을 쌓으면서 종전 2위 손민한(103승)을 제쳤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그보다 많은 승 수를 올린 투수는 117승을 기록한 윤학길(현 한화 코치)뿐이다. 신기록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손아섭은 리그 안타왕을 노린다. 현재 185개를 기록하며 2위 김재환(두산)에 7개 차로 앞서 있다. 그는 2012년과 2013년에도 안타왕을 차지했다. 역대 롯데 타자 중 최초로 3번째 안타왕을 수상한 선수가 된다. 종전엔 이대호와 손아섭이 각각 2회씩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손아섭은 롯데 국내 타자로는 역대 두 번째로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기도 했다. KBO 리그 역대 두 번째로 200안타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주전 포수 강민호는 구단 최다 경기 출전 기록(1455경기)을 세웠다. 지난 8월 1일 LG전에 출전하며 김응국 전 코치가 보유했던 1454경기를 넘어섰다. 체력 부담이 큰 포수 포지션에서 14년을 뛰었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올해도 리그 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981⅔)을 소화했다. 출전 자체가 역사이자 투혼이다.
팬들도 화답했다. 올 시즌 사직구장엔 18일까지 총 95만8156명이 찾았다. 지난 4년은 9월 이후 평균 관중 수가 급격히 떨어졌다. 올해는 다르다. 앞으로 4번 더 홈경기를 치른다. 시즌 평균 관중(1만4091명) 수만큼만 입장해도 2012년 이후 5년 만에 100만 관중을 넘어선다. 상품 판매도 급증했다. 구단 관계자는 "오렌지색 점퍼와 망토 후드 담요 등 가을 상품 다수가 매진돼 추가 물량 주문에 들어간다"고 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직감하고 일찌감치 준비에 나선 팬들이 많았다.
4년 동안 이어진 암흑기를 청산했다. 이제 더 높은 위치를 향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발길을 끊었던 팬들을 다시 사직구장으로 불러들이겠다"던 주장 이대호의 각오도 실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