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편의점 브랜드 '이마트24'가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7월 상호명을 '위드미'에서 '이마트24'로 변경한 이후 빠르게 점포를 늘려 가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색 매장을 앞세워 소비자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만년 꼴찌' 탈출은 물론, 업계 3위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위드미는 잊어라"…새로운 도전 나선 이마트24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는 지난 7월 20일 상호명 변경 이후 눈에 띄게 가맹점이 늘고 있다.
간판 교체 이후 15일 현재까지 늘어난 점포 수는 170여 개에 달한다. 7월 79개, 8월 38개의 매장이 새로 생겨났다.
이달에도 추가 출점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게 이마트24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연초 1825개에 그쳤던 이마트24의 매장은 이달 2342개로 늘어났다. 업계 4위인 미니스톱의 점포 수(2420개)와 차이가 불과 80여 개다.
업계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내달 안에 미니스톱 점포 수를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마트24는 단순히 덩치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편의점을 문화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예술의전당점과 매장에서 직접 밥을 지어 주는 스타필드 코엑스몰점, 루프탑에서 남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충무로점 등 기존에 볼 수 없던 형태의 매장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전통카페를 접목한 삼청로점도 공식 개장했다.
이마트24의 이 같은 새로운 시도는 고스란히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삼청로점의 경우 사전 개장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하루 평균 매출과 내방객 수 모두 다른 점포 평균보다 2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특히 주말인 지난 2~3일에는 타 점포 대비 3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7월 말 가장 먼저 간판을 교체한 스타필드 코엑스 1·2·3호점 역시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했다. 일평균 방문객 수도 6% 늘었다.
정용진 부회장 전폭적 지원…향후 전망도 밝아
이마트24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 향후 전망도 밝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월 한 행사에서 신세계그룹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이마트 편의점 사업을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소비 방식 변화로 편의점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을 감안한 정 부회장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 7월 13일 이마트24 리브랜딩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는 간담회에서 구체화됐다.
김성영 이마트24 대표는 이날 "편의점 사업의 획기적 변화와 성장을 위해 향후 3년간 3000억원을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마트는 이달 600억원을 이마트24에 출자했다. 앞서 지난 4월 200억원 투자에 이은 추가 출자다. 올해만 800억원의 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이마트24는 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전 점포를 대상으로 간판과 인테리어를 교체하는 '리브랜딩'과 함께 진열 공간 확대 등 점포의 격을 높이는 일명 '리셋'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2330개 점포 중 직영점과 가맹점을 포함해 총 130점이 '이마트24' 새 간판으로 교체를 완료했다.
이마트24는 올해 말까지 매달 500여 개씩 기존 점포 리브랜딩을 진행, 올해 안에 모든 점포를 새로운 간판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2340여 개인 점포 수도 올해 안에 2700개, 2019년 5000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올해 매출 목표도 작년(3783억원)의 두 배가량인 7000억원으로 잡았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편의점 업계 후발 주자로 출발했지만, 상생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과 혁신으로 끊임없이 성장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은 '숙제'
다만, 최근 불거진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은 이마트24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12일 신세계그룹 본사 앞에서 '골목 상권 장악 음모 규탄 및 동네 슈퍼 생계 사수결의 대회'를 열고 이마트24의 출점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신세계가 그룹 유통망에서 노브랜드와 피코크 등 자체브랜드(PB) 제품을 판매해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국정감사에서 정 부회장이 변종 SSM을 출점하지 않겠다고 말한 이후 매장 확장이 어려워지자 규제에서 자유로운 편의점으로 상권 확장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업계 5위인 이마트24가 골목 상권 침해의 주범으로 몰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1·2위인 CU와 GS25가 1만 개 이상의 매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2340여 개 매장을 보유한 이마트24에 대한 비판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실제 GS25와 CU는 올해에만 1200개 넘는 매장을 새로 확보하며 전체 매장 수를 1만2000개 이상으로 늘렸다.
이마트24의 노브랜드 등 PB 제품 판매도 경쟁사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이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전체 매출 중 PB 제품 비중은 10% 이하다. 매출 기준으론 4.2%에 불과하다.
반면 CU의 경우 전체 품목 중 25%가 PB 제품이며 GS25는 매출의 36.3%가 PB 제품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우리의 경쟁 상대는 CU, GS25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 브랜드지, 골목 상권이 아니다"며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추구하는 측면에서 중소 상인들과 충분히 대화할 수 있는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