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살이 뻗쳤다. 천국과 지옥을 오간 1박2일 48시간의 '킹스맨 한국 체류기'가 드디어 끝났다.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매튜 본 감독)' 주역 콜린 퍼스·태론 에저튼·마크 스트롱은 21일 오후 네이버 V라이브를 끝으로 한국에서 진행된 모든 공식 내한 일정을 마쳤다. 이번 내한은 지난 2015년 개봉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흥행이 큰 영향을 끼쳤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누적관객수 612만 명을 돌파하며 엄청난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킹스맨: 골든 서클' 팀은 미국과 영국, 그리고 한국을 월드 프로모션 국가로 선택, 태론 에저튼은 지난해 3월 '독수리 에디'에 이어 두 번째, 콜린 퍼스와 마크 스트롱은 생애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특히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로 국내 팬덤 규모가 커진 콜린 퍼스 내한은 2년 6개월 전 "속편이 개봉하면 한국을 꼭 찾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라 팬들의 애정도를 더욱 높였다.
19일 콜린 퍼스와 마크 스트롱이 예정보다 빠른 시기 먼저 한국에 도착, 20일 오전 태론 에저튼까지 합류하면서 '킹스맨: 골든 서클' 팀은 완전체로 각종 공식 스케줄을 소화했다일으킨 바 있다. 이번 내한 일정은 총 6개로 세 개의 라이브 방송, 레드카펫, 무대인사 그리고 공식 기자회견이 포함됐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배우들의 내한을 기다린 팬들에게 돌아온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사고들이었다. 배우들이 한국에 머물고 있는 기간동안 영화의 배급사이자 내한 행사 주최측인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이하 폭스코리아) 사장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만 했던 모양새는 씻을 수 없는 멍에로 남게 됐다사과 했다. 끝없이 사고치는 주최 측에 분노한 팬들의 마음을 달랜 것은 다름 아닌 킹스맨들이었다.
배우들이 팬들의 뜨거운 환대에 깊은 감동을 받고, 좋은 추억만 기억한다 하더라도 더 완벽한 행사를 원했던 팬들로서는 아쉬움 클 수 밖에 없다. 언제 누가 와도 큰 이슈없이 해외 스타들의 친절한 팬 서비스에만 집중됐던 내한 행사가 하필 내한 추진을 강력하게 원했던 콜린 퍼스가 한국에 왔을 때 잡음을 불러 일으키면서 이번 '킹스맨 사태는' 역대급 흑역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1일 차, 기대만큼 실망 "감동 1% 불만 99%" 총체적 난국
내한 1일 차, 콜린 퍼스·태런 에저튼·마크 스트롱은 오후 1시40분 카카오TV 라이브 방송을 시작으로 5시 네이버 무비토크. 7시 레드카펫. 8시 무대 인사 참석을 예고했다.
한국팬들과 처음으로 인사하는 자리였던 카카오TV 라이브 방송은 단 15분 편성에 통역·자막 없이 100% 영어 인터뷰로 진행됐다. 주 키워드는 한국. 여기에 개그맨 김영철의 미숙한 진행 방식도 지적 대상이 됐다. 이어진 네이버 무비토크는 그나마 나은 분위기로 치러졌지만 역시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조금씩 자막이 깔리긴 했지만 소통의 부재도 여전했다.
서울 잠실 월드타워 롯데시네마에서 치러진 레드카펫 행사에서 배우들은 100m가량의 레드카펫을 무려 45분간 걸으며 사인과 셀카 찍기를 무한 반복했다. 하지만 배우들은 무대 인사 스케줄로 인해 짧은 인사말만 남긴 채 퇴장, 더 말하고 싶어 하는 배우들의 말을 관계자들이 강제로 끊고 이동시키면서 찰나의 감동은 여지없이 사그라들었다.
이후 주최 측의 전달 실수로 치열한 경쟁률을 자랑했던 무대 인사가 전관 전면 취소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배우들은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숙소로 돌아갔고, 관객들은 폭발했다. 폭스코리아 측은 "부산 극장 생중계가 이원 송출 문제로 인해 지연됐다. 생중계를 중단하는 과정에서 상황을 전달하려던 관계자의 커뮤니케이션 오류로 배우 인솔 관계자가 전체 행사 취소로 판단, 배우들을 숙소로 이동시키는 해프닝이 발생했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2일 차, 또 사고 친 폭스 vs 수습한 킹스맨들
폭스코리아의 사과는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오전 11시 용산 CGV에서 진행된 공식 CGV 기자회견에 앞서 폭스코리아 오상훈 폭스코리아 사장은 "무대인사 취소를 진심으로 사과한다. 모든 문제의 책임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에 있다"며 "한국 팬들과 행복하게 소통했던 배우들의 애정을 기억하고 있다. 한국 팬들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 또 남은 내한 일정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곧바로 배우들의 기자회견이 진행됐기 때문에 서로 민망한 상황이 됐다.
하지만 사장의 다짐이 무색하게 기자회견 현장에서도 미흡한 사고는 벌어졌다. 배우들 옆 쪽으로 세워뒀던 입간판이 앞으로 푹 쓰러진 것쓰러졌다. 바로 옆에 앉아있던 콜린 퍼스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태론 에저튼은 미소를 띄며 띠며 정리되는 상황을 지켜봤다. 시트콤으로 만들어도 욕먹을 에피소드다.
분위기를 쇄신시킨 것은 결국 킹스맨들이었다. 콜린 퍼스는 왜 한국을 월드 프로모션 행사국으로 선택했는지 밝혔고, 한국 그리고 한국 팬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태론 에저튼은 기승전 '치킨사랑'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마크 스트롱 역시 타고난 입담으로 유쾌함을 이끌었다.
마지막 라이브 방송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브라이언의 진행으로 이어진 인터뷰에서 배우들은 여지없이 한국 사랑을 표하며 '킹스맨: 골든 서클'과 관련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브라이언은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활용, 함께 소통할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 또 봐요" 킹스맨♥韓팬 애정전선 이상무
위기의 순간 애정은 더욱 깊어진다. 역대급 사건·사고가 빵빵 터졌지만 킹스맨들과 한국 팬들 사이의 애정전선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한국 팬들은 킹스맨들에게 더할나위없는 감동을, 킹스맨들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고마움을 어떻게든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 마지막 일정을 치른 한국가구박물관 인근에는 사전 정보를 입수한 수 많은 팬들이 몰려들었고, 깜짝 게릴라 팬미팅이 펼쳐지기도 했다. 킹스맨들은 자신들을 보러 한 걸음에 달려와준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과 셀카를 찍어주며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해당 사진들은 SNS를 점령, 이들의 한국 방문을 새삼 실감나게 만들었다.
또 1박2일 동안 '어디에서도 받지 못한 환영이다' '최고의 경험을 하고 간다' '한국은 '킹스맨'에 더욱 특별한 나라다. 서울에서 만나길 바랐다' '한국은 세계 최고 맛 치킨 보유국이다' '사랑해요' 등 기억될 만한 멘트도 여럿 남겼다.
특히 콜린 퍼스는 "한국에 영원히 있고 싶다. 다시 또 오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괜히 불렀나' '이럴 줄 알았으면 멀리서 지켜볼걸. 창피하다'며 자책하던 팬들도 '제발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콜린 퍼스의 두 번째 약속을 마음속에 '저장'했다.
한편 콜린 퍼스와 태론 에저튼, 마크 스트롱은 21일 오후 8시40분 김포국제공항에서 전세기를 타고 한국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