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드라마는 회당 '억대'를 챙겨 가는 배우들이 이미 등장했고,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손에 꼽히는 충무로 흥행 보증수표들은 억대 출연료에 러닝개런티까지 포함, 몸값만 십수억원을 훌쩍 넘긴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계자들은 몸값을 해내는 배우와, 그렇지 않은 배우로 나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몇십억원을 얹어 줘도 아깝지 않은 배우의 최전방에는 이병헌이 있다.
이병헌 역시 국내 배우들 중 톱클래스 몸값을 자랑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주연 러닝개런티까지 따지면 상위 0.1%다. 그의 이름값과 몸값은 비례한다. 그럼에도 관계자들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이병헌을 '모시려'고 노력한다. 그와 한 번이라도 작업한 이들은 '이병헌이 곧 답이다'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연기력이야 두 번 말해 입 아프다. 십년간 크고 작은 개인적 사건·사고를 터뜨린 스타들은 많지만 그 이미지를 연기 하나로 뒤집어엎은 배우는 사실상 이병헌이 유일하다. 어떤 캐릭터를 맡겨도 제식대로 소화하는 이병헌 뒤에는 연기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동시에 따라붙는다.
'연기력 좋은 배우는 널리고 널렸다'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거기에 이미지까지 좋은 배우들을 꼽으라면 누구든 앉은자리에서 10명 이상은 꼽을 수 있을 터. 하지만 대중이 보는 시각과 관계자들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대중이 '결과'를 나중에 본다면 관계자들은 '과정'을 함께 본다. 그 과정에서 이병헌은 몇백 점의 점수를 따 놓는 배우다.
톱 배우들과 여러 번 호흡을 맞춘 한 제작사 관계자는 "아무리 이름을 날리는 톱 배우라고 해도 돈을 쓰고 영화를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긴가민가할 수밖에 없다. 이병헌은 빠른 시간 내에 그 애매함과 불안감을 없애 주는 배우다. 크랭크업 때는 출연료를 더 주고 싶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관계자는 "예를 들어 계약 단계에서 출연료를 협의하지만 사정상 더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경우들이 생긴다. '안 주길 잘했다' 싶은 때가 많은데 '더 줄 걸 그랬다. 왜 깎았지?' 싶을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이병헌은 후자에 속한다. 속된 말로 '10억원을 줘도 아깝지 않은 배우'가 이병헌이다. 대중들과 업계가 좋아하는 배우는 대부분 반비례한다.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지점이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작사들이 이병헌을 좋아하는 이유는 톱 배우 중 흔한 '감독질'이 없는 배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신인 감독도 예외는 없다. 아이디어를 내고 사전 협의를 하긴 하지만 촬영에 들어가면 무조건 감독 말에 따른다. 그리고 굉장한 노력파다. 손짓·발짓·동선 하나까지 일단 계획한다. 현장에서 방향이 틀어지면 양해를 구해서라도 다시 연습한다. '새삼 다시 봤다' '그런 배우 처음 봤다'는 말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는 이유다"고 전했다.
이병헌은 최근 공식·비공식적으로 가족 사랑에도 여념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내 이민정과 동반 운동을 하는 모습도 여러 번 목격됐다. 가정생활도 안정기에 접어들어서인지 연기할 때도 여유가 묻어난다는 후문이다.
이병헌은 10월 3일 개봉을 앞둔 '남한산성(황동혁 감독)'과 차기작 '그것만이 내 세상(가제·최성현 감독)'을 통해 그간 선보인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계 없는 이병헌의 변신을 통해 그의 진가가 다시 한 번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