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보츠(53·네덜란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이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판도를 바꿨다.
분데스리가는 최근 5년간 바이에른 뮌헨 천하였다. 뮌헨이 시즌 초반 독주를 시작하면 막판까지 선두를 유지하는 방식이었다. 축구팬들도 이런 분데스리가를 두고 '2위 경쟁이 가장 치열한 리그' '뮌헨을 위해 나머지 17팀이 들러리 서는 리그' '뮌헨의 경쟁자가 없어 지루한 리그'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런데 올 시즌은 상황이 달라졌다. 2017~2018시즌 분데스리가 6라운드가 끝난 현재 순위표 가장 위를 차지한 팀은 뮌헨이 아닌 '만년 2인자' 도르트문트다.
24일 현재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를 상대로 6-1 대승을 거둔 도르트문트는 승점 19(6승1무)로 당당히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리그 6연패를 노리는 뮌헨(승점 15·4승1무1패)은 2위 호펜하임(승점 16·4승2무)에 밀린 3위에 그치고 있다.
도르트문트의 돌풍 뒤에는 지난 시즌 20대 초반이 대부분인 아약스 암스테르담(네덜란드)을 이끌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깜짝 준우승'을 일군 보츠 신임 감독이 있다. 요한 크루이프가 롤모델인 보츠 감독은 이런 도르트문트가 꼭 필요했던 '세밀함'을 더했다. 크루이프는 전원 공격과 전원 수비가 핵심인 '토털사커'의 창시자다. 보츠 감독은 16세 때부터 크루이프 관련 기사와 인터뷰를 스크랩하고 공격과 수비 전술을 연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도르트문트는 공격과 수비의 간격을 좁혀 최전방부터 강력한 압박을 펼치는 '게겐프레싱(Gegenpressing)'을 바탕으로 빠른 역습이 주무기인 팀이었다. 보츠 감독은 토탈사커와 비슷한 게겐프레싱은 유지하면서 선수들에게 패스 능력까지 덧입혔다. 결과는 놀랍다.
축구통계전문매체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도르트문트는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702.2개의 패스를 성공시키며 이 부문 1위를 질주 중이다. 지난 시즌 평균 패스 577.2개와 비교하면 무려 125개나 늘어났다. 볼 점유율도 평균 65.8%1위)로 '티키타카(빠른 패스를 앞세운 점유율 축구)로 유명한 뮌헨(61.9%)을 2위로 밀어냈다.
분데스리가 홈페이지는 최근 보츠 감독을 두고 '위르겐 클롭과 펩 과르디올라를 섞은 지도자'라고 소개했다. 게겐프레싱을 완성한 클롭과 티키타카의 창시자인 과르디올라는 분데스리가 역사상 가장 성공한 사령탑으로 꼽힌다.
분데스리가는 "보츠 감독은 압박과 역습은 물론 빠른 패스를 앞세운 점유율 축구도 즐긴다"고 전했다. 보츠 감독은 "티키타카 선수들에게 3초 내 패스를 하도록 요구한다면 나에게는 2초 안에 패스를 하도록 하는 룰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보츠 감독은 시즌 초반 진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도르트문트는 개막 뒤 6경기에서 무려 19골을 쏟아내면서 고작 1골만 내주는 압도적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분데스리가는 "보츠 감독은 리그 사상 처음으로 개막 5경기를 모두 무실점으로 장식한 사령탑"이라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