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팀의 순위 경쟁 그리고 갑작스럽게 터져나온 사령탑 선임설로 묻혀 버렸다. 하지만 정말 의미 있는 기록이 나왔다. LG 베테랑 내야수 정성훈(37)이 역대 통산 경기 출장 타이 기록을 세웠다.
정성훈은 지난 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최종전에 시즌 115번째 선발 출장했다. 자신의 통산 2135번째 출전이기도 했다. 36년 KBO리그 역사에 단 2명 뿐인 기록이 나왔다. 종전 통산 경기 출장 기록은 양준혁 해설위원이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날 정성훈이 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연속 경기 출장이나 통산 최다 출장은 화려한 기록에 가려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코 평가절하될 수 없는 기록이다.
정성훈은 1999년 해태(KIA 전신)에서 데뷔했다. 그해 108경기, 400타석을 소화하며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냈다. 이후 2002년까지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2003년 트레이드로 현대로 이적한 뒤엔 '왕조' 구축에 기여했다. 그리고 2008시즌이 끝난 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고 LG와 계약 했다. 2013시즌이 끝난 뒤에도 재계약하며 트윈스맨으로 남았고 3번째 FA가 된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도 1년 계약을 했다.
정성훈은 2004년 이후 14시즌 연속 100경기 이상 소화했다. 전성기 시절은 물론 소속팀의 세대 교체 기조 속에서도 존재감이 있었다. 꾸준히 몸관리를 하면서도 팀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기량을 유지했다. 출전 경기수는 줄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할 타율을 기록했다.
올 시즌 안에 신기록이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9월 이후 팀이 치른 27경기 가운데 3경기에 결장했다. LG는 순위 경쟁 중이었다. 때로는 경기 운용에서 제외됐다.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던 정성훈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결국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야 타이 기록이 나왔다. 그마저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1경기만 더 나서면 KBO리그 역사에 가장 많이 출전한 선수의 이름이 바뀐다. 미뤄지긴 했지만 시간 문제다. 하지만 정성훈이 어떤 유니폼을 입고 신기록을 세우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정성훈은 올 시즌을 끝으로 다시 계약이 만료된다. 지난해 계약 기간을 두고 LG 구단과 이견이 컸다. 결국 선수가 물러섰다.
올 시즌 여전히 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기량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LG는 여전히 베테랑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성훈의 가치는 오히려 지난 시즌이 끝난 직후보다 높아져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임 사령탑과 단장 체제로 2018년은 준비하고 있는 LG의 현재 상황이 변수다.
정성훈의 신기록 달성 시점, 그리고 그가 입고 있는 유니폼도 내년 시즌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