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가 시즌 초반부터 '득점 전쟁'으로 뜨겁다. 쉴 새 없이 득점포를 가동 중인 특급 스트라이커 4인방 덕분이다.
가장 돋보이는 골잡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신입 스트라이커 로멜로 루카쿠(24)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에버턴에서 맨유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루카쿠는 지난달 14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부터 멀티골을 터뜨리는 등 라운드마다 발끝에서 불을 뿜었다. 190cm의 장신에 100kg에 육박하는 체중을 가진 루카쿠는 압도적인 힘싸움과 대포알 같은 슈팅을 앞세워 경기마다 상대 수비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정규리그 7라운드가 끝난 현재 그는 득점 단독 1위(7골)를 질주 중이다. 맨유 홈팬들은 루카쿠의 활약을 반기면서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인다. 천문학적인 몸값 때문이다. 맨유는 루카쿠를 영입하면서 에버턴에 무려 7500만 파운드(약 1100억원)의 이적료를 지불했다. 프리미어리그 역대 이적료 2위에 해당하는 금액. 한마디로 '돈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루카쿠의 화력은 앞으로 더 강해질 전망이다. 또 한 명의 '괴물 스트라이커'가 부상 복귀를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6)가 돌아온다. 지난 시즌 맨유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이브라히모비치는 루카쿠를 능가하는 체격(195cm·95kg) 외에도 노련미와 테크닉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그가 그라운드를 다시 밟게 되면 루카쿠는 이브라히모비치와 좀처럼 넘기 어려운 '트윈 타워'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득점왕 해리 케인(24·토트넘 홋스퍼)은 루카쿠 만큼이나 무서운 화력을 과시 중인 스트라이커다. 케인은 지난달 30일 리그 7라운드 허더즈필드전에서 시즌 5·6호골을 작성하며 득점 공동 2위로 뛰어올랐다. 케인은 몰아치기의 대가다. 시즌 개막 직후인 8월 성적만 따지면 최악이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첼시, 번리와 3연전에서 단 1골도 뽑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9월에 접어들면서 케인은 대표팀·리그·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가리지 않고 골을 뽑아내는 '킬러'로 돌변했다. 지난달 1일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 몰타전에서 멀티골을 신고하면서 '8월의 저주'를 끊은 그는 9월 9일 에버턴전(리그), 9월 14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UEFA챔피언스리그), 9월 23일 웨스트전까지 모두 멀티골을 기록했고, 9월 27일 아포엘(챔피언스리그)전에선 해트트릭까지 기록했다. 9월 출전한 8경기에서 무려 13골을 쏟아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5) 토트넘 감독은 "아내가 질투를 할 만큼 케인과 사랑에 빠졌다"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케인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챔피언스리그, 잉글랜드축구협회(FA) 컵을 모두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알바로 모라타(25·첼시)의 득점 페이스도 심상치 않다. 올 시즌 스페인 최강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첼시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모라타는 당초 잉글랜드 무대 적응기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7000만 파운드(약 1050억원)라는 거액의 이적료를 기록한 골잡이답게 곧바로 첼시의 전술에 녹아들었다. 그는 빠른 돌파와 세밀한 드리블 능력을 앞세워 득점 공동 2위(6골)로 올라섰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적이 확정되면서 전력에서 제외된 전임 스트라이커 디에고 코스타(29)의 공백을 완벽히 메운 셈이다. 변수는 부상이다. 모라타는 1일 맨시티와 리그 경기 도중 무릎을 다치며 자진해서 교체 아웃됐다. 부상이 길어질 경우 득점 레이스는 물론 소속팀 첼시의 리그 우승 경쟁에도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루카쿠, 케인, 모라타가 '젊은 피'라면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의 해결사 세르히오 아게로(29)는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베테랑이다. 2011년 맨시티에 입단해 7시즌째를 맞고 있는 그는 이번 시즌에도 벌써 6골을 꽂았다.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통산 176골(260경기)을 넣은 아게로는 맨시티의 '대선배' 에릭 브룩이 1939년 작성한 맨시티 개인 통산 최다골(177골·494경기) 기록에 한 골 차로 다가서 있다. 하지만 그는 당분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지난달 28일 교통사고로 갈비뼈 골절상을 입어 최소 1달 이상 그라운드를 밟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전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비록 아게로가 부상으로 잠시 경쟁에서 빠지지만 제이미 바디(30·레스터시티), 라힘 스털링(23·맨시티) 같은 3위권(5골) 골잡이들의 대대적인 반격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A매치 휴식기를 마치고 재개될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14~17일)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벌써부터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