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5전 3선승제 1차전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 전이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됐다. NC 모창민이 11회초 2사 만루때 좌중간 만루 홈런을 터트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KBO 리그에 또 한 번 가을이 왔다.
NC와 SK가 맞붙은 지난 5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2017 KBO 포스트시즌이 막을 올렸다. 롯데와 NC가 만난 준플레이오프(준PO)도 8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두산이 기다리고 있는 플레이오프행 티켓 한 장을 놓고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준PO는 1989년 포스트시즌의 첫 관문으로 도입된 뒤 한국 프로야구에 수많은 명장면을 남긴 무대다. 이번 가을에는 또 어떤 드라마가 만들어질까. 역대 준PO가 남긴 명장면들을 되짚어봤다.
#1989년 최초이자 최고의 준PO
준PO가 처음 시작된 1989년은 역대 최초일 뿐만 아니라 최고의 명승부를 남긴 시리즈로도 기억된다. 그해 김성근 감독과 함께 새 출발했던 태평양은 인천 연고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삼성과 맞붙은 역사적인 준PO 1차전. 연장 14회까지 무득점 행진이 이어졌다. 삼성은 선발투수 성준과 재일동포 김성길이 이어 던졌지만, 태평양은 연장 14회까지 오직 한 명의 투수로 맞섰다. 19승을 올리며 찬란하게 데뷔한 고졸 신인 잠수함 투수 박정현이었다. 연장 14회말 2사 2·3루서 태평양 김동기가 타석에 섰다. 그해 홈런이 11개뿐이었고, 정규시즌 김성길 상대 성적이 21타수 2안타였던 타자. 바로 그가 좌중간을 가르는 끝내기 3점홈런을 만들어 냈다. 박정현은 14이닝 동안 8안타 7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태평양의 역사적인 첫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완봉승을 올렸다. 89프로야구 신인왕에 오른 박정현(좌측). [사진=IS포토] 2차전에서는 삼성 김용국이 0-2로 뒤진 6회 무사 만루에서 태평양 선발 최창호를 상대로 좌중간 역전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7년 만에 나온 포스트시즌 통산 2호 그랜드슬램이었다. 삼성은 이 홈런으로 포스트시즌 11연패도 끊었다.
그러나 3차전에서는 박정현이 마운드에서 쓰러지는 불상사도 벌어졌다. 1차전에서 14이닝을 던진 투수가 사흘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 4회부터 9회 투아웃까지 책임졌다. 결국 허리에 이상이 생겨 마운드에 주저 앉았다. 에이스의 투혼을 등에 업은 태평양은 3시간 50분 격전 끝에 연장 10회말 곽권희의 끝내기 중전안타로 2-1로 승리했다. 태평양 양상문이 구원승을 올렸다.
#1991년 빗속을 가른 역전 홈런
준PO는 한동안 3전 2선승제로 치러졌다. 다만 승부를 가리지 못하는 경기가 나오면 불가피하게 4차전을 열어야 했다. 1991년 3년 연속 가을 잔치에 나선 삼성과 7년 만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롯데가 바로 그랬다. 김용철 3차전까지 1승 1무 1패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결국 벼랑 끝 승부인 4차전에서 다시 만났다. 폭우가 쏟아졌던 이날, 삼성 김용철은 1-2로 뒤진 6회말 1사 2루서 롯데 선발 윤학길을 상대로 빗줄기를 뚫고 날아가는 역전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전세를 뒤집었다. 삼성은 이후 8회말 류중일의 홈런을 포함해 대거 7득점하며 10-2 대승을 거뒀다. 류중일은 1차전부터 4차전까지 모두 홈런을 쳐 사상 최초로 포스트시즌 4연속경기 홈런 대기록을 작성했다.
#2010년 두산의 역전 드라마
2009년 두산에 져 준PO에서 탈락했던 롯데는 2010년 다시 준PO에서 두산을 만났다. 초반 기세는 무서웠다. 잠실 원정에서 2승을 먼저 해냈다. 1차전에선 9회 전준우의 결승 솔로포가 터졌고, 2차전에선 그해 타격 7관왕 이대호가 연장 10회초 3점포를 쏘아 올렸다. PO 진출 문턱까지 갔다. 그러나 두산의 뚝심이 다시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사직 원정에서 3·4차전을 모두 따내 끝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잠실로 돌아온 5차전도 두산의 11-4 승리. 2연패 후 3연승을 거두는 '리버스 스윕'으로 PO에 진출한 팀은 준PO 역사상 두산이 처음이었다. 롯데를 3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어 '영웅' 대접을 받았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결국 재계약에 실패했다.
#2012년 롯데의 '리벤지'
롯데와 두산은 2년 뒤 준PO에서 다시 만났다. 롯데가 2승 1패로 앞선 채 시작한 4차전은 연장 10회말까지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롯데 선두타자 박준서가 중전안타로 나간 뒤 3번 타자 손아섭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이어 4번 홍성흔 타석 때 두산 투수 스캇 프록터가 볼카운트 투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변화구를 던졌다. 바운드된 볼은 두산 포수 양의지의 미트를 맞고 뒤로 흘렀다. 2루 주자 박준서가 3루로 달리자 공을 잡은 양의지가 3루로 송구했다. 그러나 공은 3루수 이원석의 글러브를 맞고 좌익수 쪽까지 굴러갔다. 주자 박준서는 홈으로 파고들어 시리즈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준PO와 PO, 한국시리즈를 통틀어 '시리즈 끝내기 실책'은 이날 양의지의 3루 악송구가 최초였다. 롯데는 그렇게 2년 만에 설욕에 성공했다.
#2013년 역사에 남을 혈투
준PO뿐 아니라 KBO 포스트시즌 전체 역사에 남을 만한 혈투였다. 주인공은 두산과 넥센. 긴 설명도 필요 없다. 1∼3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사상 최초로 3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가 나왔다. 또 4차전까지는 준PO 사상 최초로 4경기 연속 1점차 승부가 펼쳐졌다. 5차전 역시 연장전에 돌입해서야 경기가 끝났다.
특히 잠실에서 열린 3차전에서는 준PO 역대 두 번째로 연장 14회 승부가 펼쳐졌다. 4시간43분간 경기가 진행돼 역대 준PO 최장시간 신기록이 작성됐다. 심지어 이 기록은 목동구장으로 옮겨서 치러진 5차전에서 사흘 만에 다시 경신됐다. 연장 13회까지 무려 4시간 53분간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 기록도 10분이 더 늘었다. 또 두산은 2연패 후 3연승을 달리면서 2010년 이후 두 번째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다. 준PO가 5전 3선승제로 열린 이후 리버스 스윕을 해낸 팀은 2010년과 2013년의 두산뿐이다. 무엇보다 5차전에선 그해 홈런왕이자 넥센 4번 타자였던 박병호가 엄청난 홈런 한 방을 날렸다. 3점 뒤진 9회말 2사 1·2루서 시리즈를 끝내러 나온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드라마 같은 동점 3점포를 터트렸다. 경기는 결국 넥센의 패배로 끝났지만, 이 홈런은 그해 최고의 장면 가운데 하나로 기억됐다. 이뿐 아니다. 기상천외한 장면도 많이 나왔다. 2차전에선 두산 홍상삼이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인 '1이닝 3폭투' 기록을 남겼다. 3차전에선 당시 넥센 소속이던 장민석이 9회 승부처에서 투 스트라이크 이후 기습 번트를 대려다 삼진을 당하는 본헤드 플레이로 사기를 꺾었다. 또 두산 오재일은 4차전 1회말 2루에서 3루로 달리다 타구에 맞아 횡사했다. 내야에 뜬 타구를 투수와 포수가 충돌해 놓치고, 1루 견제구가 불펜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해프닝도 이어졌다. 그야말로 '대단한' 준PO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