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64)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에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한때 아시아 맹주로 군림했던 한국 축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본선행 좌절 위기까지 몰리는 수모 끝에 간신히 진출권을 따냈다. 대표팀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신태용 감독을 선임했지만,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22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시민공원 운동장에서 열린 '차범근 축구교실 초등부 페스티벌'에서 만난 차 전 감독은 "축구는 업과 다운이 있는 스포츠"라면서 "흐름을 바꾸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해외파 선수들로만 엔트리를 꾸린 최근 러시아(7일·2-4 패), 모로코(10일·1-3 패) 2연전에서 모두 패하는 부진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간판 골잡이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구자철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 기성용(스완지 시티) 등 대표팀 핵심 선수들의 경기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들은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기가 잦아져 경기력에 대한 일부 팬들과 전문가들의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차 전 감독은 주축 선수들이 먼저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 생활을 하다 보면 분명히 고비를 겪게 된다. 나도 그랬다"면서 "그 고비를 제대로 넘기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다음 고비가 와도 이겨 낼 수 있고 롱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 전 감독은 손흥민에게 격려의 말을 건넸다. 지난 시즌 토트넘에서 총 21골을 터뜨리며 한국인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세운 손흥민은 이번 시즌에서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시즌만큼 폭발적 득점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 전 감독은 "공격수의 경우 골이 고비를 넘기는 데 좋은 계기가 된다"면서 "현역 시절 내 경험을 떠올려 보면, 몸이 무거운 상황에서도 골이 터지면 다시 좋은 컨디션을 회복하고는 했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주장이자 중원사령관 역할을 하는 기성용에게도 조언했다. 차 전 감독은 "아직 부상에서 회복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시간을 두고 컨디치온(Kondition·독일어로 컨디션)을 프리시(frisch·독일어로 신선하다. 축구에서 최상의 몸 상태를 뜻함)하게 끌어올리면 경기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파가 불쏘시개 역할을 해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차범근 축구교실 회원들이 지난 1년간 갈고닦은 기량을 뽑내는 자리였다.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 프랑스 등 각국의 축구 꿈나무들이 모여 축구로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차 전 감독은 "축구라는 스포츠 안에는 우리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 포함돼 있어 매력적"이라면서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꼭 페어플레이 정신을 배우고 성인이 된 뒤에는 이 페어플레이 정신을 평생 가지고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