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뷰티업계가 의약품 수준의 기능을 갖춘 화장품을 뜻하는 '더마코스메틱(약국 화장품)' 분야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마코스메틱이 한계에 부딪힌 뷰티업계에 신성장 동력이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LG생건, 더마코스메틱에 공격적 투자…태극제약 인수
더마코스메틱은 피부과학을 뜻하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와 '화장품(Cosmetic)'의 합성어다. 국내에서는 일반 화장품 매장이 아닌 약국이나 병원 등지에서 파는 의약품 수준의 고가 코스메틱이라고 해서 '약국 화장품', '피부과 화장품'으로 종종 불린다.
국내에서 더마코스메틱에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회사는 LG생활건강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3일 기미 주근깨 치료제 '도미나 크림'으로 유명한 태극제약을 인수했다. 태극제약 지분 80%를 446억 원에 인수한 LG생활건강은 앞으로 나머지 지분 20%도 추가로 사들여 태극제약이 갖고 있는 의약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더마코스메틱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14년 '차앤박 화장품'으로 이름을 알린 'CNP코스메틱'을 인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를 꾸준하게 론칭하고 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차세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며 더마코스메틱을 강조한 만큼 앞으로도 관련 사업 확대에 지갑을 열 것으로 보인다.
증권계도 이런 LG생활건강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KB증권은 7일 LG생활건강이 공격적인 기업인수합병(M&A)을 하면서 내년 실적도 탄탄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15만원에서 137만원으로 올리고 매수를 권장했다. KB증권은 LG생활건강의 내년 연결 기준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6조7646억원과 1조376억원으로, 올해보다 각각 8%, 1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전 세계 더마코스메틱 시장 규모는 약 50조원 수준이다. 향후 5년 간 연평균 7%씩 가파른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서는 연매출 5000억원 규모로 시장이 작은 편이지만 성장폭은 매년 15~20%으로 큰 편이다. 이번 태극제약 인수로 더마코스메틱 사업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로드숍도 '총력전'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더마 케어 전문 자회사인 에스트라는 지난 달 말 공개된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8.7%, 11.3% 가량 끌어올리며 주목 받았다.
에스트라는 병·의원과 약국을 중심으로 안티에이징과 피부의약 제품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매출과 영업 이익이 떨어진 가운데 거둔 성과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에스트라 외에도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아이오페'로 더마리페어 라인을 론칭하는 등 더마코스메틱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쉬운 부분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더 큰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었던 태평양제약을 2013년 한독약품에 매각한 점이다. 당시 태평양제약은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되는 등 논란을 일으켰고, '케토톱' 등 몇몇 상품 외에는 별다른 성과도 내지 못하자 의약품 사업을 접었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앞으로 더마코스메틱 분야가 더 확대되고 투자 활발해지는 등 미래의 먹거리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아모레퍼시픽 내의 각 브랜드들도 더마 화장품 제품을 출시하면서 고객들의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단 대기업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제약사와 로드숍 브랜드도 '바르면 약이 되는' 더마 화장품 브랜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대표 브랜드인 상처치료제 마데카솔 연고의 주성분인 '센텔라 아시아티카 정량추출물'을 사용한 '뉴 센텔리안24 마데카 크림'을 출시해 기초 화장품 업계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에이블씨엔씨 계열 어퓨는 2016년부터 더마코스메틱을 표방한 '퓨어메딕'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안티에이징'과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부질환을 개선하고 싶은 소비자의 열망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에 발맞춰 국내 더마코스메틱 시장 규모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