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라 시즌제 드라마는 제작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년 방송국별 드라마 라인업을 살펴보면 심심치 않게 시즌2 드라마를 확인할 수 있다. 최강희·권상우 주연의 '추리의 여왕2'는 내년 2월에 방송되며 5월에는 박신양 주연의 '동네변호사 조들호2'가 찾아온다. 또한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도 두 번째 시즌이 내년에 편성돼 있으며 조승우 주연의 '비밀의 숲2'도 내년 하반기에 전파를 탄다. 봇물이 터진 시즌제 드라마, 득일까 실일까.
'추리' '조들호' '시그널' '비숲'까지'
추리의 여왕' 시즌2는 이례적이다. 화제성에서 나쁘진 않았지만 고공 시청률은 아니었기 때문. 오히려 초반 시청률에 비해 후반으로 갈수록 힘을 잃었다. 그럼에도 마니아층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동안 남자 위주로 추리물이 진행된 것과 달리 '추리의 여왕'은 최강희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포맷이었다. 일본 드라마에서 느낄 수 있는 웃음 코드가 국내 드라마에선 신선하게 느껴졌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도 박신양이 일찌감치 출연을 결정했다. 첫 시즌서 함께한 강소라는 하차하지만 타이틀롤 박신양은 그대로 가 체면을 살렸다.
'시그널' '비밀의 숲' 시즌제는 공식 석상에서 발표됐다. 그만큼 내년 tvN 드라마의 라인업을 책임질 '킬러 콘텐트'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불안 요소는 있다. 앞선 두 작품처럼 첫 시즌의 주인공이 그대로 출연할 것인지 미지수. 앞서 조진웅은 여러 차례 인터뷰서 "'시그널'이 힘들었기 때문에 시즌2를 하면 출연 안 한다고 김은희 작가에게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비밀의 숲'은 시간이 많이 남았다. 조승우 위주로 시즌1의 캐스팅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게 제작사의 생각이다.
기존 캐스팅 이어 가는 게 관건
지상파 첫 시즌제 드라마는 '미세스 캅'이었다. 김희애 주연의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야심 차게 두 번째 시즌이 이듬해에 바로 나왔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타이틀롤도 김희애에서 김성령으로 바뀌었고 대부분의 배우도 교체됐다. 미니시리즈에서 주말극으로 편성도 바뀌면서 시청자들과 교감하기 힘들었다. 12월에 방송을 앞둔 OCN '나쁜녀석들2'도 불안하다. 시즌1의 김상중·박해진·마동석 등이 몽땅 빠지고 박중훈·주진모·김무열 등이 투입됐다. 한동화 감독과 한정훈 작가만 그대로다. 제작진이 바뀌지 않았으니 내용상 달라질 게 없지만 배우들의 변화는 시즌2를 손꼽아 기다려 온 팬들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다.
'막돼먹은 영애씨'가 열여섯 번째 시즌까지 이어 올 수 있었던 건 타이틀롤 김현숙이 든든히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 인물이 조금씩 달라졌지만 김현숙을 중심으로 라미란·이승준 등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 김산호의 하차와 이번 시즌 조덕제의 부재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형만 한 아우도 있더라'
미국은 대부분 드라마가 시즌제로 진행된다. '빅뱅이론' 'NCIS' '왕좌의 게임' '크리미널 마인드'까지 인기 드라마는 모두 시즌제다. 드라마로 인해 채널이 흥할 정도로, 인기 드라마가 어디에 편성되느냐에 따라 채널의 예산이 움직인다. 반면 국내는 시즌제 드라마가 없다시피 했다.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속설이 방송가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시즌2보다는 새 드라마의 론칭이 훨씬 신선할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JTBC '청춘시대'가 그 공식을 깼다. 주요 배우들도 바뀌었지만 보란 듯이 성공했다. 오히려 첫 시즌의 고정팬과 두 번째 시즌부터 유입된 팬까지 더해져 더욱 큰 시너지를 낳았다.
문화평론가 이호규 교수는 "시즌제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작가의 필력이고 금기해야 할 건 로맨스다. '청춘시대'의 박연선 작가나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 등 시즌제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작가와 시청자의 밀당(밀고 당기기)이 한몫했다. 로맨스가 기본 플롯이라면 절대 시즌제가 탄생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