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의 럭셔리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이하 후)'와 모델 이영애가 국내 화장품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만년 2인자' 이미지가 강했던 LG생건은 후와 이영애 덕분에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을 제치고 2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전체 K뷰티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이영애 효과'가 더 커 보인다.
'라이벌' 아모레 누른 LG생건… 럭셔리 브랜드 '후'의 성장
LG생건에 2017년은 도약의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LG생건은 올 상반기에 매출 3조1308억원, 영업이익 4924억원을 기록하며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 3분기 실적 또한 매출 1조6088억원, 영업이익 252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하면서 상반기에 이은 하반기 매출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상반기 매출이 6.1% 떨어진 3조2683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9%와 39.7% 줄어든 1조2099억원, 1011억원에 그쳤다. 아모레퍼시픽은 요우커의 유입이 줄고 사드 보복으로 면세점 매출이 축소되면서 실적이 악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LG생건은 아모레퍼시픽을 필두로 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줄줄이 적자 행진을 이어 가는 가운데 후와 '숨' '오휘' 등 고급 화장품을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후는 국내 면세점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며 LG생건의 흑자를 이끌고 있다.
후는 2003년 '궁중처방' 컨셉트로 출발했다. 불과 5년 전인 2013년만 해도 연 매출이 2000억원가량으로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4310억원으로 112% 증가했고, 2015년에는 8081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지난해에는 LG생건 브랜드 중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넘어서면서 국내 화장품 단일 브랜드 가운데 가장 빨리 매출 1조원에 도달하는 기염을 토했다. LG생건은 올해 후의 매출이 1조3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생건 측은 한방연구소 기술과 궁중 문화유산을 적용한 디자인, 고가 마케팅을 비약적인 성장 배경으로 꼽고 있다. LG생건은 중국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뷰티클래스와 메이크업 행사를 꾸준히 열고 있다.
LG생건 "이영애는 후의 얼굴, 앞으로도 계속 함께"
후의 인기 뒤에는 글로벌 모델로 13년째 활약 중인 이영애의 힘도 상당했다는 평가다.
이영애는 2006년 후의 모델로 발탁된 뒤 지금까지 오직 후의 여신으로만 활동하고 있다. 배우 특유의 고급스럽고 우아한 이미지가 '왕후가 쓰는 궁중화장품'을 컨셉트로 하는 브랜드 컬러와 맞아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이영애는 아시아를 뛰어넘어 전 세계에서 높은 인지도와 바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로 꼽힌다. 그가 2004년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 '대장금'은 한류와 동떨어져 있던 이란과 스리랑카 등지에서 시청률 90%대를 찍으며 빅히트를 쳤다. 중국은 지난해 이영애가 출연한 드라마인 '사임당'의 판권을 회당 26만7000달러(약 3억1000만원)에 사들이며 여전히 높은 관심을 보였다.
LG생건 관계자는 "대장금이 중국은 물론이고 아시아와 중동, 동남아 등지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이영애의 인지도도 함께 높아졌다. 자기 관리를 잘하고 스캔들도 없어서 좋은 이미지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도 글로벌 무대에서 그를 대체할 톱스타가 드물다"고 말했다.
LG생건은 아예 이영애를 후의 얼굴로 못 박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대표 제품인 '비첩 자생 에센스'를 일명 '이영애 에센스'로 적극 홍보한 예가 대표적이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가 제품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면서 전속 모델을 기용하지 않은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한 뷰티 업계 관계자는 "이제 프리미엄급 화장품 기술 수준은 비슷한 단계에 도달했다. 따라서 제품을 홍보하는 모델의 이미지와 디자인이 더 중요해졌다"며 "최근 매출 하락세를 그린 설화수와 후의 성패가 이 부분에서 갈렸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LG생건은 '이영애 효과'가 도드라지기 시작하자 아예 이영애가 설립한 천연화장품 업체인 리아네이처의 지분을 40억원가량 매입했다.
"천연화장품 업체 중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LG생건 측의 입장이다.
그러나 증권계에서는 이영애가 관여한 회사이기에 LG생건도 더 많은 관심을 가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생건 관계자는 "이영애가 후의 모델을 맡은 뒤 글로벌 시장에서 후의 인기가 서서히 올라왔다. 이영애도 후가 성장한 모습을 바라보는 감회가 남다를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후는 이영애를 모델로 계속 기용하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