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대표 마무리투수 정대현이 20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롯데 구단은 지난 22일 "정대현이 전날(21일) 구단 사무실을 찾아와 은퇴 의사를 밝혔다. 지도자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전했고 구단이 지원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정대현은 1997년 쌍방울에 입단한 뒤 2001년에 1군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16시즌을 뛰었다. 통산 662경기에 등판해 46승29패106세이브121홀드 평균자책점 2.21을 기록했다. 2000년대 후반 'SK 왕조' 시절 팀의 뒷문을 책임졌다. '벌떼야구'로 명명된 특유의 불펜 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내며 '여왕벌'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SK의 수호신은 국가대표팀에서도 빛났다.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회자될 명장면에 그가 있다. 정대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이끌었다. 쿠바와의 결승전 9회 1사 만루에서 율리에스키 구리엘(휴스턴)에게 땅볼을 유도했다. 야수진이 더블아웃으로 연결시키며 경기를 끝냈다. 야구는 한국 스포츠 남자 구기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순탄한 길만 걷진 않았다. 2011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고 볼티모어 입단을 추진했다. 신체검사에서 문제가 생겨 도전이 좌절됐다. 2012년 롯데로 이적했지만 기대만 수준의 기여도를 보이지 못했다. 잦은 부상 탓이다.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을 때는 전력에 힘을 보탰다. 2015시즌이 끝난 뒤에는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선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유지하지 못했다. 등판 경기는 점차 줄었다.
은퇴는 미련 없이 결정했다고 한다. 정대현은 "원하는 공을 던질 수 없게 됐다. 한 번 몸이 안 좋아지면 회복도 늦었다. 후회는 없다. 그라운드를 완전히 떠나는 것도 아니다. 후배들의 성장을 도우며 의미를 찾겠다"며 담담히 말했다.
'최고의 선수'로 마지막 순간까지 투혼을 불살랐다. 프로 무대를 누빈 20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 정대현은 "많은 팬분들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아니냐'고 물어보신다. 물론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하지만 나는 2007시즌이 가장 좋았다. 처음으로 우승을 경험했고 내가 그리던 투구를 했다.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봤을 때 최고의 해였다"고 전했다. 정대현은 2007년 60경기에 등판해 78⅓이닝을 소화했다. 3승2패27세이브 평균자책점 0.92를 기록했다.
정대현이 기록한 통산 평균자책점(2.21)은 500이닝 이상 소화한 역대 투수 가운데 3위다. 통산 세이브와 홀드 모두 100개를 넘어섰다. 의미 있는 기록을 많이 세웠다.
달성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기록이 있을까. 그에게 마지막 미련에 대해 물었다. 정대현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앞서 "은퇴에 후회는 없다"는 말과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한 가지는 미련이 남는다. 그는 "롯데에 이적한 뒤 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기대와 응원을 많이 보내주셨는데 부응하지 못했다. 그 점이 가장 아쉽다"고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