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페이 논란이 예상대로 나오고 있다. 롯데가 한 시즌 15홈런을 넘기지 못하는 선수에게 80억 원을 투자했다. 오프시즌 광폭 행보치곤 지나친 과속 드라이브다.
롯데는 28일 FA(프리에이전트) 외야수 민병헌(30)을 영입했다. 계약 기간은 4년, 총액은 80억 원이다. 지난 26일엔 내부 FA 손아섭에게 98억 원을 안겼다. 2018년 FA 시장 최대어로 평가되던 두 명을 모두 품었다. 성적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미 상향 평준화된 FA 시장에서 민병헌의 몸값은 의견이 분분하다. 분명히 좋은 선수로 평가된다. 풀타임으로 나선 최근 5시즌 모두 3할 타율을 넘겼다. 통산 타율(0.299)은 현역 선수 11위에 올라 있다.
롯데의 투자가 효율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붙는다. 앞서 총액 80억 원 이상 계약한 선수들에 비해서 무게감이 떨어진다. 11시즌 통산 홈런은 71개에 불과하다. 커리어하이는 16개(2016년)다. 최근 4시즌 평균 홈런은 13.5개. 구심점이 돼 공격을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손아섭과 황재균은 굳이 평가하지면 기록상 매년 장타력이 향상되는 선수군에 속한다. 민병헌은 한 번도 4할 대 출루율을 기록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성적 표본도 적은 편이다.
kt가 황재균에 88억 원을 투자했을 때도 '거품 논란'이 일었다. 해외 무대에서 초라한 성적을 남겼고, 국내 무대에서도 포지션(3루수)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로는 평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황재균은 시장에 경쟁자가 없었다. 민병헌은 다르다. 이미 FA 시장에서 철수한 구단이 대부분이다. 외야수 경쟁자도 남아 있었다. 롯데의 선택이 오버 페이로 평가받는 이유다.
롯데는 2016, 2017년 스토브리그에서만 288억 원을 투자했다. 불안한 불펜 탓에 8위에 그쳤던 2015시즌 뒤엔 손승락, 윤길현을 영입했다. 내부 FA 송승준도 잡았다. 지난해는 이대호에게 150억 원을 안겼다. 여기까지는 약점 보완과 프랜차이즈 스타의 재영입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문규현, 손아섭을 향한 투자도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민병헌 영입은 상황이 다르다. 강한 외야진 구축과 공격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기존 선수 역량과 비교하면 투자 대비 효율이 아쉽다는 평가다. 롯데엔 지난 2년 동안 타율 0.311·9홈런을 기록한 김문호가 있다. 붙박이로 나서면 10홈런 이상 기대할 수 있는 평가를 받는 박헌도 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 때 LG의 4번 타자던 이병규도 영입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강민호(삼성)의 이적 여파로 보는 시선도 있다. 돌아선 팬들의 여론을 붙잡으면서도 전력 보존을 노린 것이다. 구단은 "강민호를 잡지 못해 남은 돈으로 민병헌에게 투자한 것은 아니다. FA 시장이 열린 뒤에도 꾸준히 교감해왔다"고 일단 강조 했다. 전력 보강을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의미다. 공격적인 투자로 우승 발판을 만들겠다는 의도는 팬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 하지만 투자 타이밍과 금액을 감안하면 박수 받을 수 있는 선택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