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업계 1위인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 직접 고용을 둘러싼 법적 공방 1라운드에서 패하면서 코너에 몰렸다. 오는 12월 5일까지 제빵기사 5300여 명을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최대 530억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고 검찰의 수사도 받아야 한다. 그래도 고용노동부의 직접 고용 지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6일 내 5300명 고용 안하면 과태료 530억원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28일 파리바게뜨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제빵기사 직접 고용 시정지시를 집행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이번 판결은 파리바게뜨가 지난 9월 불법파견된 제빵기사 5300여 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지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나온 것이다. 법원이 각하하면서 파리바게뜨는 내달 5일까지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파리바게뜨는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가 권고 성격이어서 따르지 않아도 되지만 제빵기사 1인당 1000만원씩 최대 530억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형사 고발까지 당할 수 있다.
파리바게뜨는 이번 법원의 결정에 적지 않게 당황한 모습이다. 결정이 나오자 "즉시 항고하겠다"고 했다가 3시간 만에 "항고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바꿨다. 파리바게뜨는 본안소송에 집중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정부를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직접고용 시정지시 처분 취소 소송도 냈다.
법률 전문가들은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법무법인 다온의 김재형 변호사는 "재판부가 이번 가처분 신청에 대해 시정지시를 행정처분이 아닌 행정지도로 보고 각하한 만큼 본안소송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법률적 구속을 받는 처분이 나와야만 소송에서 그 내용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과태료 내더라도 직접 고용 못해" 파리바게뜨는 엄청난 과태료를 물어야 하지만 직접 고용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파리바게뜨는 직접 고용의 대안으로 본사·협력업체·가맹점주 3자의 합작법인인 해피파트너스로의 고용을 추진하고 있다.
본사가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하면 제빵기사들의 월급이 높아지게 되면서 가맹점주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또 제빵기사들이 3자가 똑같은 지분을 출자해 만든 회사의 직원이 되면 본사나 가맹점주 그 누구도 도급법을 어기지 않게 된다고 파리바게뜨 측은 주장한다.
결국 제빵기사들의 입장이 중요하다. 고용노동부에서도 제빵기사들의 동의가 있다면 직접 고용이라는 시정지시 이외의 대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파리바게뜨는 5300여 명의 제빵기사 중 60% 가량으로부터 합작법인으로의 고용에 대한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빵기사 본인이 동의를 한 경우에는 본사에 직접 고용이 되지 않는다. 이럴 경우 파리바게뜨가 부과해야 할 과태료는 210억원 가량으로 줄어든다. 과태료는 3차까지 부과될 수 있으며 파리바게뜨가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금액은 늘어나게 된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500여 명이 속해 있는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은 본사의 직접 고용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
화섬노조는 이날 "서울행정법원 결정은 제빵기사들에 대한 직접 고용 시정지시를 받아들인 것과 다름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만큼 제빵업계 1위 브랜드인 파리바게뜨가 민간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화에 앞장 서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법적 공방이 길어지면 고용노동부가 과태료를 부과하고 형사입건을 하는 등 문제가 커진다. 본사와 가맹점주, 제빵기사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며 "최대한 행정소송 내에서 끝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