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나얼이 2년 공백을 차트 1위로 깼다. 인기 아이돌 그룹과 노래방 히트송 장벽을 뚫고 '믿고 듣는 나얼' 수식어를 증명했다.
나얼은 지난 11월 29일 싱글 '기억의 빈자리'를 발매하고 두 시간 만에 멜론 차트 1위에 올랐다. 30일 오후 3시 기준으로 100만 명 이상(24시간 누적)이 해당 음원을 이용했으며 연일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가수 인지도로 밀어붙여도, 아무리 양질의 노래를 내놓아도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차트 입성이다. 나얼은 단숨에 대중의 선택을 받는 데 성공했다.
소속사 롱플레이뮤직은 '친근감' 전략이 통했다고 분석했다. 2년 전에 발매하자마자 음악 방송 2관왕에 오른 '같은 시간속의 너'와 분위기를 비슷하게 가져간 것이 대중의 입맛에 맞아떨어졌다. 관계자는 "정규 2집 발매를 앞두고 공백기가 길어 걱정됐다. 큰 사랑을 받은 '바람기억'이나 '같은 시간속의 너' 같은 발라드로 포문을 열어 보자고 논의했고, 그 결과 리드싱글로 '기억의 빈자리'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기억의 빈자리'는 나얼이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다. 두 번째 정규 앨범 '사운드 독트린'이 시작되는 곡이다. '독트린'이 가진 원칙이라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나얼은 대중이 사랑해 주는 음악에 집중했고, 섬세한 부분까지 직접 체크하며 공을 들였다. 의도적으로 신시사이저의 베이직 사운드를 활용해 1980년대 팝 발라드의 따뜻한 느낌을 심었고 악기 편성을 최소화해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공백기 동안 미술가로 활동한 나얼은 앨범 아트워크까지 직접 디자인해 하나의 아트로 이번 앨범을 표현하고자 했다. 또 8cm 싱글 CD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오리지널·피아노·연주곡 세 버전을 담았다. 그는 "디지털화되면서 싱글 음반이 가진 개념이 혼란스러워졌다. 싱글은 일회용에 그치는, 소비하는 음악이 아닌 다양한 시도를 하기 위한 방식"이라면서 "한 곡을 더 깊게 고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 시대 이전부터 많은 뮤지션들이 취해 왔던 방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용지 대중음악평론가는 "단지 한 곡에 불과하지만 리드 싱글이 가진 상징성을 생각하면 나얼이 새 앨범 작업에 어떤 태도로 임했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면서 "대중의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팬들은 감동과 안도감을 동시에 선물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