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희(31)는 공백기 때 '패셔니스타' '스타일 워너비'로 불린다. 사실 가장 큰 욕심은 '연기'다.
"단발이나 스타일 이런 건 제 계산대로 된 게 아니에요. 그냥 작품을 하는 데 불편해 머리칼을 잘랐고 옷이 좋아 입은 건데 대중이 그렇게 좋아해 주리라 생각 못 했죠. 전혀요. 작품을 안 할 때는 '패셔니스타'로 불리는 걸 신경 쓰지 않았어요. 뭐라도 이슈가 되면 좋다고 봤으니까요. 그런데 한 해 한 해 넘기면서 '배우 고준희'로 기억되고 싶더라고요. 점점 욕심나죠."
2년의 공백을 깨고 선택한 작품은 JTBC '언터처블'이다. 2012년 '추적자 더 체이서'에서 만난 조남국 감독의 신작이다. "하루는 감독님이 전화를 걸어 '너 광고 모델이야'라며 '언터처블' 대본을 읽어 보라고 건넸어요.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또 김성균 오빠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죠."
극 중 전직 대통령의 외동딸. 능력 있는 정치인의 딸로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사생활까지 희생하며 품위와 절제 있는 삶을 사는 구자경을 맡았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절제미가 있는 새로운 캐릭터다.
아직도 '고준희=단발'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고준희를 쫓아 단발한 여성들을 '단발병'으로 부를 정도. "머리칼을 기르고 싶으면 기르는데, 짧은 게 편해요. 목이 길어서 (머리칼이) 어느 정도 길어도 어깨에 안 닿아요. 그래서 늘 짧아 보이는 거예요.(웃음)"
'아는 형님'서도 의외의 예능감을 보여 줬고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토니안의 이상형으로 얼굴을 드러냈다. 연이은 예능 활동과 드라마까지 올겨울은 바쁜 활동으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이날 취중토크는 특이하게도 '라맥(라면·맥주)'을 택했다. 평소 자주가는 라멘집에서 라면과 맥주를 번갈아 마시며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 취중토크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은 얼마나 되나요.
"술자리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닌데 마실 때는 작정하고 마시는 편이에요. 그 주기가 1년에 한두 번뿐이긴 하지만요. 원래 연말이면 자리가 있을 텐데 올해는 드라마 촬영과 겹치니까 그냥 넘어가야죠. 특히 음식을 먹으면서, 술을 못 마셔요. 그래서 얼마나 마시는지 모르겠어요."
- 특별한 주사가 있나요.
"너무 졸려서 자요. 한참 자다가 깨어나 보면 잘 놀던 사람들이 취해서 자고 있고요."
- '언터처블' 배우들과 술자리가 있었나요.
"지난번에 제가 독일 베를린에서 촬영이 있었는데 그때 다들 한잔했더라고요. 전 함께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어요."
- 술친구는 누구인가요.
"주로 집에서 혼자 마시는 편이에요. 졸리니까 편하게 자아죠. 자다 마시다 해요."
- '언터처블'로 복귀했어요. 이 드라마를 택한 이유가 있나요.
"하루는 감독님께 전화가 와서 '너는 광고 모델이냐'고 묻더라고요. 한국서 안 보였지만 중국에서 활동했거든요. 억울했어요. 감독님이 대본을 보내며 '읽어 보라'고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정도로 술술 읽혔어요."
- 공백기가 길었어요.
"새로운 소속사를 알아보느라 늦었고 사실 마음에 드는 시놉시스(영화나 드라마 따위의 간단한 줄거리나 개요)가 없었어요. 누가 건네준다고 무턱대고 그 작품을 할 순 없잖아요. 하나하나 따져 봐야죠. '언터쳐블'은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고 캐릭터도 처음 하는 거라 시도해 보고 싶었어요."
- 김성균씨와 호흡하고 싶었다던데.
"'언터처블'을 선택한 이유 중에 상당 부분도 (김)성균 오빠의 영향이 커요. 오빠가 캐스팅됐다고 해 무조건 한다고 했어요. 전부터 너무 작업해 보고 싶은 배우였어요. 예전에 어떤 작품도 오빠가 (캐스팅)됐다고 해서 하려다가 다시 안 한다기에 안 했어요."
- 무슨 이유로 그렇게까지 함께하고 싶었나요.
"연기를 잘하는 선배와 만나고 싶었는데 그게 저한텐 성균 오빠 였어요. 시너지가 날 거 아니에요. 함께하고 싶은 배우랑 작업하는 거만큼 영광인 게 없죠. 여기에 감독님을 향한 신뢰가 크다 보니까요.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열심히 하려고요."
- 그래서 만난 김성균씨는 어떤가요.
"'연기파'라는 수식어가 붙는 배우는 확실히 다르구나 싶었어요. 에너지가 달라요."
- 김성균씨는 고준희씨가 이렇게 팬인 거 아나요.
"아뇨 전혀 몰라요. 괜히 오빠 어깨에 힘이 들어갈까 봐 얘기 안 했어요.(웃음) 평정심을 유지해야죠."
- 촬영장 분위기는 좋나요.
"너무 좋아요. 그냥 빈말로 좋다고 하는 게 아니라 정말 화기애애해요. 제작발표회 날도 저희끼리 모여 있는데 너무 신났어요."
- 몇 회 안 됐지만 본인 연기는 만족하나요.
"이제 1·2회니까 더 지켜봐야 하는데 괜찮지 않나요.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것이 신선했으면 해요."
- '추적자' '야왕' '그녀는 예뻤다' 등 시청률 '타율'이 높아요.
"맞아요. 저 나쁘지 않았어요. 좋은 작품을 만난 게 운이었지만 돌이켜 보니 좋았네요."
- 그런 의미에서 시청률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요.
"좋은 작품이고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오니 잘 나오면 좋겠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 유부녀 역할은 처음이잖아요.
"맞아요. 몰랐는데 엄청 매력적인 거 같아요.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니까요. 예전에 손예진 선배님이 20대에 유부녀 역할을 하는 거 보고 멋있다고 느꼈거든요."
- 이번 드라마로 듣고 싶은 평가가 있나요.
"다들 연기 욕심과 열정이 어마어마해요. 다른 선배들에게 피해를 안 끼치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다들 '연기파'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잖아요. 캐스팅되고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봤어요. 클레어 언더우드(대통령 역으로 나오는 케빈 스페이시의 아내 역)를 연기한 로빈 라이트를 주의 깊게 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