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아마야구 현실을 누구보다 먼저 몸소 경험했다. 고심 끝에 '이만수 포수상'이 나온 가장 큰 이유다.
오는 22일 '이만수 포수상'의 첫 번째 시상식이 열린다. 나름 사연이 꽤 있다. '이만수 포수상'은 상을 수여하는 주최가 헐크파운데이션이다. 이만수(59) 전 SK 감독이 이사장을 맡은 자선 재단이다. 본인의 이름을 달고 시상식을 진행하기 때문에 오해도 있었다. '홍보 효과를 노리는 것 아니냐' '왜 이만수 포수상이냐'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더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준비를 시작해 시상식을 완성했다.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후원 업체를 찾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가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일찌감치 자존심은 내려놨다. "야구장에서나 이만수였다. 야구장을 나오니 현실이 냉혹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부담은 증가했다. '이만수 포수상'은 헐크파운데이션 측에서 시상식 관련 내용을 모두 책임진다. 상을 운영하는 방법부터 상금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전국을 돌면서 재능기부를 했던 이만수 전 감독은 유독 포수를 자원하는 선수가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이른바 '야구판 3D' 포지션으로 불리는 포수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을 수 있는 투수에 집중하려는 선수가 꽤 많았다. 현역 시절 골든글러브를 5회나 수상한 리그 간판 포수였던 이 전 감독 눈에는 아쉬움만 보였다. 어떻게 해서라도 포수를 맡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이만수 포수상'을 생각하게 된 출발점이다.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상을 후원해줄 곳을 찾았다. 거절도 많이 당했다. 하지만 수상자에게 상금(100만원)과 야구장비(400만원)를 합쳐 모두 500만원을 지원해줄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놨다. '이만수 포수상’ 이외에도 그해 고교 야구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친 학생에게 특별부문 홈런상까지 따로 줄 계획이다. 2개의 수상 부분에만 총 1000만원 들어간다.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숙제. 하지만 이 전 감독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이제 돌려주는 것이다. 재능기부를 하러 가면 포수를 하는 선수들이 너무 없더라. 상황이 조금이나마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몸을 낮췄다.
희망을 꿈꾼다. 그해 프로야구 최고 투수에게 수여되는 '최동원상'과 달리 '이만수 포수상'은 아마추어 포수로 수상 후보군이 한정된다. 내부 회의를 거쳐 1회 수상자는 NC 김형준(세광고 졸업)으로 결정이 난 상황. 김형준은 지난 9월에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9번 지명으로 NC 유니폼을 입은 안방 유망주다. 세광고에서 재능기부를 했던 이 전 감독 눈에 들었고, '이만수 포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서 "생각지도 않았는데, 상을 받게 돼 기쁘다. 나에겐 의미가 있는 상이다. 더 열심히 해서 프로에서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