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데뷔는 2013년. 준비 과정을 거쳐 3년 후인 2016년 6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연극 '렛미인' 오디션에 합격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오승훈은 그 해 '연극계 아이돌'로 급부상하면서 눈여겨 볼만한 신인 배우로 단숨에 자리매김했다. 오승훈이 눈에 띈 이유는 신인 배우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안정적인 연기력 때문. 매력있는 비주얼에 데뷔 초부터 연기력을 인정 받으면서 오승훈은 무대를 넘어 브라운관과 스크린 데뷔까지 1년 새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는데 성공했다.
학창시절 농구선수의 꿈을 키우며 10여 년간 운동에 올인, 대학 역시 경희대학교 스포츠지도학과에 진학했지만 갑작스러운 부상은 오승훈을 좌절시켰고 결국 진로까지 변경하게 만들었다. "제가 나태해서 벌어진 일이죠"라고 잘라 말할 정도로 오승훈은 일찍 현실에 눈 뜬 케이스. '두 번의 실수는 없다'는 일념 하나로 스스로를 혹독하게 다룬 결과는 스크린 데뷔작을 주연작으로 꿰차는 기회로 돌아왔다. 허세와 잔꾀없이, 능력으로 자존감을 채우려는 당돌한 신인 배우이기에 앞으로 걷게 될 길이 '꽃길'로 펼쳐지길 열렬히 응원하는 이유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캐릭터는 쉽게 이해했다. "아니. 현장에서도 이야기 한 부분인데, 영우는 처음에 리딩도 제대로 안 하고, 연기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무엇보다 아이돌 활동에 지쳐 뭘 하든 무기력하지 않나. 근데 지금 나는 열의가 가득차 있는 상태다. 열의있는 놈에게 열의없는 연기를 시키니까 '어쩌나' 싶더라.(웃음)"
-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태도에 공감하지 못한 것인가. "'못 한다, 안 한다'고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얘 왜 이래?' 싶기도 했다.(웃음) 점점 연기에 희열을 느끼고, 성의없는 친구가 번뜩이게 되는 순간이 그래서 나에게 너무 중요했다."
- 한 번도 나태했던 적이 없나. "배우로 데뷔한 후에는 없다. 20대 초 대학시절까지 농구선수로 활동했는데 그 때 그런 경험을 다 했던 것 같다. 몸관리에 안일했고, 손재주, 센스, 눈치 같은 것만 믿으면서 운동했다. 그러다 크게 다쳐 수술을 세 번이나 했다. 10년 이상 꿈꿨던 꿈을 한 순간에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놓이니까 그 좌절감은 상상 이상이더라. 다시는 그렇게 안 살기로 마음 먹었다."
- 경험에서 우러나온 깨우침은 더 크게 와 닿았겠다. "배우 준비를 하면서 선수 때보다 운동을 더 열심히 했다. 노이로제처럼, 병적으로 관리했다. 요즘은 그나마 많이 고쳤다. 내가 나를 너무 혹독하게 대하니까 연기도 로봇같고 짜여진 느낌이 들더라. 원래 나는 그런 애가 아닌데. 그 중간을 찾아 내려오는 시간이 다시 2년 정도 걸린 것 같다. 아직도 노력 중이다."
- 배우 오승훈은 어떤 사람인가. "영우와 많은 면이 다르지만 또 많은 면이 비슷하다. 나도 충동적인 아이다. 그리고 집중력이 대단하다. 연기를 잘한다기 보다는 내가 갖고 있는 장점들로 단점들이 커버되는 것 같다. 스킬적으로 많이 알지도 못하니까. 어떤 상황이 주어지면 그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려고 한다. 대신 일할 때는 최대한 충동적이지 않으려고 한다."
- 혼자하는 연기가 아니니까? "맞다. 너무 예민해질 수 있다. 상대 배우에게도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아직은 연기와 현실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 '컷' 소리가 나도 어느 정도까지는 계속 그 안에 빠져있게 되더라. 대부분의 선배님들은 촬영이 딱 끝나면 캐릭터와 나를 구분짓지 않나. 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 고민은 무엇인가. "'메소드'를 하고 나서 '잘했다, 못했다' 연기적인 부분에 대한 평을 많이 듣게 됐다. 칭찬 받으면 부담스러운데 안 좋은 말을 들으면 또 그만큼 아쉽다. 지금 '의문의 일승'이라고 드라마를 찍고 있는데 그 현장에서도 연기적인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지금은 뭘해도 결국 연기로 귀결되는 것 같다."
- '메소드'가 남긴 것, 혹은 '메소드'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내 속에 갖고 있는 것들을 어느 정도는 믿어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신인 배우다 보니까 선배들보다 더 평가를 받고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메소드'는 애초 감독님이 '네가 표현하고 싶은대로 해. 슬픈 장면에서 웃고 싶어? 그럼 웃어. 다 던져봐. 네가 영운데 웃고 싶으면 웃어도 되는 것 아니겠니? 넌 지금 슬픈데 감독이 컨트롤 하라고 했다고 해서 웃긴데 우는건 아닌 것 같아'라는 식으로 어마어마한 신뢰감을 주셨다."
- 확실히 배우는 감독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느껴지는걸 막 던졌다. 감독님이 너무 좋아하시더라. '아, 나도 배우로서 장점이 있는 애구나'라고 내가 나를 좀 더 믿게 됐다. 그런 감독님의 말이 맞다고 내가 믿게 된 이유는 아니다 싶을 땐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어색하다 싶으면 다 잡아내셨기 때문이다. 연구하고 연습하고 연기해야 감독님의 마음에 들 수 있다. 어느 정도는 만족시켰다는 자부심이 있다.(웃음)" >>③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