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폭스바겐의 이중적인 모습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16년 불거진 '배출가스 조작(디젤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불성실한 태도로 재판에 임하는 등 책임을 외면한 채 국내 재판매에만 몰두하고 있어서다. 한국 시장을 무시하는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라진 아우디폭스바겐 피고인
5일 업계에 따르면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기소된 아우디폭스바겐의 핵심 관계자들은 최근 열린 재판에 연달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요하네스 타머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11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 불출석했다.
타머 전 사장은 올 1월 재판에 넘겨진 이후 단 한 번도 법정에 나오지 않고 있다.
타머 전 사장 측 변호인은 "혈압이 매우 높아 한 시간 이상 비행하지 못하고 차도 오래 타지 못한다"며 "암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타머 전 사장은 1월 기소 뒤 검찰이 출국 금지를 풀어 준 사이(6월 5일)에 독일로 떠났다.
이후 해외에 머무르면서 "재판 참석이 어렵다"는 의사를 국내 변호인을 통해 법원에 전달했다.
법원은 현재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타머 전 사장이 재판에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변호인들도 대거 사임계를 제출한 상태다.
타머 전 사장뿐 아니라 선임자인 트레버 힐 전 사장도 11월 28일 같은 재판부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 불출석했다.
힐 전 사장은 올 8월 재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근무 중이라 출석하기 쉽지 않지만 다음 재판에는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힐 전 사장 역시 기소된 이후 단 한 번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디젤게이트 사건에 아우디폭스바겐 독일 본사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밝히기 위한 심리 절차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은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책임보다 판매 재개에 '혈안'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내년 초 국내 시장 복귀를 목표로 차량 재판매를 위한 본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최근 마케팅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뉴 비기닝' 광고 홈페이지를 열었다.
이 홈페이지에는 가수 자이언티 등이 등장하는 '뉴 데이' 뮤직비디오 광고 영상을 비롯해 '폭스바겐이 당신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고객 이벤트를 진행하는 페이지 등이 마련돼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판매 재개 마케팅과 함께 내달 중으로 '폭스바겐 리스타트' 재판매 행사를 열고, 사전 계약도 진행할 예정이다.
사전 계약에 돌입할 차량 목록에는 프로젝트 광고 영상에 등장한 아테온을 비롯해 파사트GT·티구안·티구안 올스페이스 등 4개 차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우디코리아는 앞서 11월 6일 고성능 스포츠카 'R8'을 출시하며 국내 복귀를 알렸다. 아우디는 재인증을 받은 Q7·A4·A7 등 주력 모델도 시장에 잇따라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또다시 드러난 '한국 무시' 민낯
아우디폭스바겐의 이 같은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 무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아우디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가 정점에 있을 당시에도 보상과 관련, 한국과 미국 소비자를 차별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파문을 일으킨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소비자 1인당 최대 1만 달러(약 1200만원), 5950캐나다달러(약 530만원)가량을 보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총 보상 금액은 미국의 경우 100억 달러(약 12조원), 캐나다는 21억캐나다달러(약 1조9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안도 내놓지 않다가 뒤늦게 현금이 아닌 100만원짜리 고장 수리 쿠폰을 내놔 빈축을 샀다.
아우디폭스바겐의 이 같은 처신에 대해 일부에서는 한국의 제도를 탓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우디폭스바겐의 행동을 보면 '한국에선 도의적 책임이 있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듯하다"며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같은 강력한 소비자 피해 구제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