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은 산골이다. 전체 면적의 78%가 산지로 돼 있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휙 지나고 영동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추위가 찾아온 산골 마을인 영동이지만 한겨울에도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여름이나 가을에 수확한 것들을 가공해서 판매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것이 영동의 상징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 와인이다. 곶감도 그렇다. 게다가 바다와 150㎞ 이상 떨어진 영동에서 나는 말린 오징어도 특산품이다. 천태산과 영국사, 강선대, 월류봉 등 볼거리도 많은 곳이 영동이다. 겨울이 찾아온 영동으로 떠난 이유이다.
평창올림픽 공식 전통주로 선정된 영동와인
영동은 옛부터 일교차가 커 당도가 높고 맛이 뛰어난 포도 산지로 유명했다. 현재 영동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40여 곳의 와이너리가 있다. 영동읍 내에 11곳, 학산면에 10곳 등이 있다. 그래서 영동은 '와인의 고장'으로 불린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도, 가장 큰 와이너리도 영동에 있다.
1965년부터 가양주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영동은 2000년대부터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전 감독이었던 거스 히딩크가 와인 홍보대사로 위촉돼 영동 와이너리를 찾았다. 2008년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컨츄리 와인' 농장을 방문하면서 유명해졌다.
또 영동의 개인 와이너리인 컨츄리 와인, 도란원 등이 우리술 품평회 등 각종 와인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의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경사를 맞았다. 지난 10월 도란원에서 만든 샤토미소 로제 와인이 평창겨울올림픽의 공식 전통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로제 와인은 앞으로 평창겨울올림픽의 각종 행사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와인으로 외국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게 된다.
도란원은 2000년 고향으로 낙향한 안남락·문미화 부부가 만든 와이너리 이름이다. 도란원은 2010년에 주류 제조 및 판매 면허를 취득한 뒤 각종 술 품평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이력이 있다. 특히 부부는 각각 소믈리에 자격증을 갖고 있다. 이들은 오크 통이 아니라 대나무 통에 와인을 숙성시키는 등 독특한 방법으로 대한민국 와인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평창겨울올림픽의 전통주로 선정된 샤토미소 로제 와인은 포도를 부숴서 착즙한 주스를 도란원만의 독특한 제조 방법으로 발효·숙성시켜 투명하고 아름다운 연분홍색 빛깔을 띠는 와인이다. 장미·체리·복숭아 같은 향이 나는 와인이다. 풍미가 새콤달콤하며 깔끔한 맛의 균형이 조화로워 가볍게 마실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곶감과 산골 오징어의 고장 영동
영동은 곶감의 고장이다. 포도·자두·감·배·사과 등 다양한 제철 과일이 난다. 겨울에는 감을 말린 곶감 축제가 열린다. 감나무 개량을 통해 얻은 둥시로 만드는데 영동의 자연조건과 어우러져 맛난 곶감이 생산된다. 특히 영동 곶감은 깊은 산골의 차갑고 선선한 바람 덕분에 곶감이 더욱 졸깃하고 주홍빛의 화사한 빛깔을 띤다. 올해 축제는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영동하상주차장 일원과 영동 특산물거리에서 열린다.
한 해 30만 개 이상의 곶감을 생산하는 변기원 감다솜농원 사장은 "축제장에서는 달콤하고 졸깃한 햇곶감 시식회, 감껍질 족욕 체험, 감잼 만들기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며 "곶감은 보통 30개들이 한 상자 가격이 3만원에서 5만원 정도 한다"고 밝혔다.
영동이 '오징어의 고장'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한반도 내륙 가장 깊숙이 처박혀 있는 영동인데 '오징어의 고장'이라고? 영동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내륙 오징어 건조 공장이 있다. 바닷가로부터 150㎞ 정도 떨어졌지만 오징어의 고장이 된 사연은 이렇다.
박영현씨는 고향인 영동에서 표고버섯을 건조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표고버섯을 서울 가락시장에 내다 팔던 그의 눈에 띈 것은 기차에서 팔던 마른 오징어였다. 표고버섯이나 오징어나 말리는 것은 매한가지라는 생각으로 1989년 11월 15일에 박씨는 오징어 건조 사업을 시작했다. 시장에서 생물 오징어를 사서 말리기 시작했는데 이윤이 많이 남았다. 아예 부산에서 원양 냉동 오징어를 구입해서 말렸다. 보통 오징어는 바닷가에서 바닷물로 씻어 말리는데 영동에서는 지하 170m 암반수로 세척한다. 물이 좋다 보니 바닷물에 씻은 오징어보다 덜 짰다. 더러 싱겁다고 이야기하는 소비자들도 있었지만 "안 짜서 좋다"는 손님들이 더 많았다. 박 사장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신지식인으로 선정됐고 오징어 건조 기술로 다양한 특허도 받았다. 처음에는 영동의 산들바람으로 건조했지만 워낙 많은 양을 생산하다 보니 2011년부터는 자체 개발한 건조기로 만든다.
여행정보= 서울시청에서 충북 영동군청까지는 약 210㎞ 거리며 자동차로 3시간 남짓 걸린다. 군청에서 개인 와이너리까지는 보통 차로 30분이면 닿는다. 지난 4월에 개장한 과일나라테마공원도 겨울철 볼거리다. 온실에는 금귤·레몬·한라봉 등 다양한 과일이 주렁주렁 익어 가고 있다. 포도나무·배나무·복숭아나무 등을 한 그루씩 분양하기도 한다. 최소 3만원부터다. 영동에는 고려시대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왔다가 나라의 안녕을 빌었다는 영국사와 암릉으로 유명한 천태산 등도 있다. 영동군 관광안내소 043-745-7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