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김민상 "100% 완벽한 연기 해낸적 없어, 늘 반성해요"

 연극무대를 시작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진출하는 '진짜배기' 배우들이 많아졌다. 신선한 얼굴을 찾는 대중들을 위해 방송계와 영화계가 '나름'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러한 배우들이 반가운 이유는 '누구지?'라는 낯선 첫만남도 잠깐, 신을 지배하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과 관객들에게 짜릿한 희열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배우에 대한 궁금증으로도 이어지게 만든다. 한 시상식에서 "우리나라 배우들이 제일 연기 잘 한다"는 나문희의 소감을 증명하는 이들이 바로 이 신스틸러들이다.
 
KBS 2TV '김과장', OCN '터널', SBS '조작'을 거쳐, 현재 출연 중인 JTBC '언터처블'과 SBS '이판사판'까지 2017년 스케줄을 빼곡하게 채우며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 김민상 역시 올해를 빛낸 신스틸러 중 한 명이다.
 
연극배우라면 누구나 겪는다는 생활고로 인해 6년간 연기와 잠시 헤어져야 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돌고 돌아 돌아온 곳은 다시 무대였다. "돌아올 생각으로 떠났던 것이다. 예정돼 있는 수순이었다. '조금만 안정되면 돌아오자' 다짐했는데 6년이나 걸리긴 했다"며 후련하게 터뜨린 웃음은 김민상이 겪어야 했을 고충과 그것을 뛰어넘는 연기에 대한 애정을 조금이나마 가늠케 했다.
 
명연기를 펼쳤음에도, 호평을 받았음에도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고 말하는 겸손함 역시 중년의 나이 '연기'로 조명받은 배우들의 공통점이다. 때문에 조금 더 활발하게 뛰고 싶은 현장은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여유로운 영화다. 드라마도 좋지만 한 번도 후회없는 연기를 펼치지 못했기에 내공을 다지고 싶다는 속내. 스크린 데뷔작 '도가니(황동혁 감독)를 비롯해 '타짜-신의 손(강형철 감독)', '럭키(이계벽 감독)' 등 조연일지라도 출연작들의 흥행 타율 역시 꽤 좋다. 2017년 '범죄도시(강윤성 감독)' 진선규를 잇는 2018년 김민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작품이 나올 때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다.
"아직은 쑥스럽다. 연극할 때 관객들의 반응이 좋으면 기분좋게 즐기는데, 드라마는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서 그런지 '아, 쑥스러워' 한다.(웃음)"
 
- 드라마가 더 떨리는 것인가.
"음…. 시간과 준비의 문제인 것 같다. 공연은 최소 한 달 이상 연습한다. 그 사이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웬만하면 다 겪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90% 이상 하고 싶었던 연기를 할 수 있다. 후회도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의 반응이 좋으면 '소통했구나'라는 생각에 더 감사하고 행복하다. 박수 소리만 들어도 안다."
 
- 드라마는 아무래도 다르니까.
"물론 드라마도 호평해 주면 힘이 난다. 일일이 찾아가 인사 드리고 싶고 그렇다. '터널' 땐 발에 점이라도 찍어 드리고 싶었다.(웃음) 하지만 연극에 비해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마음과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연기할껄'이라는 후회가 남아서 그런지 칭찬을 받아도 반성하고 겸손하게 된다."
 

- 주변 반응도 달라졌을 것 같다.
"작품을 10번 이상 봐주는 지인들도 있다. 나보다 내 작품을 더 많이 본다. 주변에서도 많이 알아봐 준다. 여전히 대학로에서 잦은 만남을 갖고 있는데, 우리는 항상 약속을 하면 대학로 길 위에서 만난다. 만나서 밥집을 갈지 술집을 갈지 결정한다. 약속 장소가 '대학로 4번 출구 앞, 1번 출구 앞' 이런 식이다.(웃음) '터널'이 끝난 후에도 4번 출구 앞에서 만났다."
 
-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지 않았나.
"신기한게 길거리에서는 잘 못 알아본다. 작품 속 모습과 실제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그런지 다니는데 전혀 불편함은 없다. 근데 식당에 들어가면 사인·사진 요청이 들어온다. 한 번은 60대 정도 돼 보이는 분이 '목진우다!'라고 해 깜짝 놀랐다. 피하는 분들도 있다는데 난 아직 즐긴다. 민망한데 솔직히 신난다. 하하."
 
- 오랜기간 사랑해준 팬들도 있을텐데.
"공연할 때 어떤 분이 팬클럽을 만들어 주셨다. 한 15년 됐나? 20년도 넘었겠다. 처음엔 인원이 어느 정도 있었는데 내가 워낙 그런 것을 잘 모르고 뭘 해주지 못하다 보니까 많이 떨어져 나갔다.(웃음) 지금은 몇 명 안 된다. 연락은 가끔 하고 있다. 이제는 배우와 팬이기 보다는 오빠 동생 같은 느낌이다. 최근에 '거봐요. 오빠 잘 될 줄 알았어요' 하길래 '아니야. 난 아직 배고파. 더 일하고 싶어'라고 답해줬다.(웃음)"
 
- 술은 여전히 즐기나.
"아무래도 연극만 할 때 보다는 덜하다. 그렇다고 있는 자리를 피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사줄 수 있는 입장이 되니까 맛있는 것도 사주고, 술도 사주면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좋다. 선배들에게 얻어먹었던 만큼 베푸는 것이다. 옛날에는 술은 많이 마시는데 돈이 없으니까 눈치가 좀 보였다. 테이블 위에 만원, 2만원 슬쩍 올려두고 사라진 적이 많다."
 
- 생활의 중심은 역시 연기인가.
"'언제쯤이면 내가 내 연기에 만족할 수 있을까. 죽을 때 쯤이면 가능하긴 할까?' 이 고민이 계속 될 때까지는 그렇지 않을까 싶다. 다만 요즘엔 아쉬운 것, 부족한 것이 보여도 크게 티내려고 하지는 않는다. 인정하는 순간 진짜 내 단점이 되지 않나. 속으로는 엄청 생각한다. '넌 언제까지 아쉬울래?'(웃음) 완벽할 수 없다면 차별화 되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 같다."
 
- 어떤 식으로 노력하나.
"운동과는 담 쌓고 살았는데 요즘 좀 열심히 하고 있다. 배에 복근을 만들겠다는건 아니다. 몸이 변하면 성격도 변하고 그럼 연기를 대하는 방식이나 태도도 변하게 된다. 수트를 차려입었을 때와 편안한 트레이닝복을 입었을 때 행동이 달라지지 않나. 몸도 껍데기나 마찬가지다. 체지방이 많았을 때와 근육이 많았을 때 변화가 재미있다. 지방이 많다고 해서 연기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웃음) 다양함을 경험해 보고 싶다."
 
>>③에서 계속
 
조연경 기자 [e-mail]
사진= 바를정(正)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