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을까. 무슨 속사정, 어떤 중요한 일이 있었기에 자취를 감췄을까.
김응용(76)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이 연말 행사에서 보이지 않는다.
현재 김응용 회장은 야구 관련 시상식에 모두 불참했다. 12월 초부터 야구계의 한 시즌을 결산하는 각종 행사와 모임이 하루가 멀다고 열렸지만 좀처럼 모습을 보기 힘들다. 12월 6일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을 시작으로 13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까지 모두 초청은 받았다. 현장에선 그를 볼 수 없었다. 그사이에 열린 굵직굵직한 야구와 관련된 공식 행사만 최소 4개 이상. 12일 야구계 원로들의 모임 일구회가 주최한 시상식도 마찬가지였다. 계속해서 불참 행진이 이어지는 중이다.
다소 의외라는 게 야구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김 회장은 야구계 '큰 어른' 격에 해당된다. 거물이다. 지난해 대한야구협회·생활체육전국연합회·대한소프트볼협회 등 3개 단체가 통합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탄생했고, 김 회장은 초대 회장에 당선됐다. 해태와 삼성·한화의 사령탑을 거치면서 한국시리즈 역대 최다인 10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삼성 구단 사장까지 역임했다. 감독→사장→회장까지 모두 경험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구본능 KBO 총재와 함께 야구 행사에 초청되는 대표적인 야구계 원로다. 대부분의 행사에 모두 참석한 구 총재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오해도 만들어졌다.
연말 시상식에 불참하면서 여러 가지 말들이 무성하다. 그중 '총재에서 탈락한 아쉬움의 표현'이라는 게 대표적이다. KBO 이사회는 지난달 29일 제22대 총재로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추대했다. 김 회장은 강력한 후보군에 올랐다. 하마평이 무성했다. 야구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내심 기대감도 높았다고 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선거 때도 현대자동차 사장을 역임한 이계안 전 국회의원과 맞대결에서 압승을 거둔 경험이 있다. 지난 1월에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 지지그룹인 더불어포럼 창립식에 참석해 공식 지지를 밝혔다. 여러 가지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탈락의 고배를 맛봤다. 공교롭게도 정 전 총리가 새 총재로 추대된 뒤 공식 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불필요한 의심이 나온 출발점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지나친 추측을 경계했다. 협회 관계자는 14일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12월 초에 (있었던) 몇몇 시상식은 개인 일정(해외) 때문에 가지 못했다. 이후 어떤 시상식은 참석하고, 어떤 시상식은 가지 못하게 되면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다 불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현재 국내에 있지만 12월 초엔 해외 일정을 소화했다. 부득이하게 당시에 열린 언론사 골프 대회와 시상식 등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면서 형평성을 고려해 다른 행사에도 일괄적으로 '불참'을 결정했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총재 건과 관련해서 주변에서 너무 많은 전화가 오니까 그 부분이 피곤하신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 측의 해명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시기상으로 보자면 김 회장의 태도엔 아쉬움이 많다. 지난 13일엔 구 총재의 이임 행사도 있었다. 아마추어 야구의 수장이 프로야구 사장을 맡았던 구 총재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않았던 것은 여러모로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향후 신임 총재가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하는 내년 1월 1일부터 프로-아마의 협조와 협력은 필수다. '김응용의 12월 부재'는 프로-아마의 불협화음을 상징하는 장면으로도 비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