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최강마 ‘파워블레이드(수·4세·한국·R125)'의 경주력에 대한 비결이 공개됐다.
'파워블레이드'는 지난 10일 8억원의 상금이 걸린 그랑프리(GⅠ·2300m)까지 접수하며 국내 최초로 통합 삼관마(Triple Crown) 자리에 올랐다. 겨우 데뷔 3년 만에 명실상부하게 경주마 왕좌에 오른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기적 같은 경주력의 비결을 분석했다.
타고난 혈통
경마에선 실력만큼이나 혈통이 중요하다. 부마와 모마로부터 우월한 유전자를 이어받은 자마가 잘 뛰기 때문이다. '파워블레이드'는 전설의 명마 ‘메니피’의 아들이다. '메니피'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으로 최고 종마인 ‘리딩사이어’ 타이틀을 획득했다. '메니피'의 자마들은 대부분 스피드가 뛰어나고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있어 경주마로서 훌륭한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메니피'의 자마들이 수득한 상금만 500억원에 이른다. ‘파워블레이드’ 역시 2015년 8월에 데뷔한 이후 현재까지 벌어들인 수익이 30억원에 가깝다.
변칙적 선수 기용
이번 경주에서 '파워블레이드'와 함께한 선수는 경마 관계자 모두의 예상을 깬 오경환(37) 기수였다. 오경환 기수는 1999년에 데뷔한 최고참 선수지만, 대상경주 우승 경험은 지난 2012년 동아일보배를 끝으로 5년 동안 전무했다. 최근 1년 승률 역시 7.6%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영관 조교사는 오경환 기수만이 갖고 있는 강점을 봤다. 오경환 기수는 경기 종반에 경주마의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데 베테랑이다. 그리그 성과로 연결했다. 김영관 조교사는 “오경환 기수는 직선주로에서 경주마를 모는 힘이 다른 기수보다 탁월하다. 특히 막판 단거리에서 말의 힘을 뽑아내는 데 도가 텄기에 믿고 기용했다"고 밝혔다.
치밀한 전략
김영관 조교사는 '파워블레이드'가 단거리에 강한 선입마임에도 불구하고, 장거리에서 추입 능력을 발휘하게 했다. 선두 그룹에서 페이스 조절을 잘해 직선주로에서 폭발적인 뒷심을 만들어 낸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단거리 경주는 초반 선두 싸움이 치열한 만큼 조교사와 기수 모두 선행 또는 선입형의 경주 전개를 선호한다. 반면 중장거리 대회에선 경주 후반에 폭발적인 추입력을 자랑하는 추입형의 경주마를 선호한다. 선행마는 출발하자마자 선두권에서 달리는 말을 뜻하며, 선입마는 선행마를 따라가는 스타일을 말한다. 추입마는 피니시 라인을 앞두고 선두로 치고 나오는 습성을 가진 말이다. 김영관 조교사는 “일찌감치 오경환 기수에게 추입이 작전이라고 말했다. 선두 그룹만 유지해 준다면, 초반에 비축한 힘을 중·후반 이후 폭발시켜 ‘역전’을 노리자는 생각이었는데, 그대로 들어맞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