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에서 뛰던 박주호(30) 영입은 시작에 불과했다. 울산은 박주호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열을 올려 선수 영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행보는 다음 시즌 울산의 자존심과 연관이 있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은 전북 현대의 독주 체제가 몇 년째 유지되는 형국이다. K리그 전통의 '명가' 울산이 이런 흐름에 반기를 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막강한 스쿼드를 갖춘 뒤 전북과 정면 대결을 펼쳐 보고 싶은 의지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다. 울산은 FA컵 우승으로 2018시즌 ACL 출전권을 따냈다.
울산은 2017시즌 전북의 징계로 인해 갑작스럽게 ACL에 출전했다. 완벽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나선 대회라고 하더라도 실망감이 컸다. E조에 속한 울산은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에 0-4 참패를 당했고, 태국의 무앙통 유나이티드에도 0-1로 지는 굴욕을 맛봤다. 지난 시즌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울산은 ACL에서 결실을 낼 수 있는 팀으로 변화하고 있다. 핵심은 선수 영입이다.
김도훈(47) 울산 감독은 FA컵 우승을 확정 지은 뒤 "ACL 출전에 의미를 두지 않겠다. 우승을 위해 싸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팀에 대표팀 선수 4명은 있어야 한다"며 "현재 울산에 대표팀 선수는 없다. 방법은 선수 영입밖에 없다"고 선수 영입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박주호를 품었으니 이제 울산의 핵심 포지션은 '공격수'다. 지난 시즌 울산은 저조한 득점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간판 스트라이커 이종호(25)가 종아리 부상으로 시즌 초반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울산이 공격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많은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대표팀 출신의 공격수 황일수(30·옌볜 푸더)가 울산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K리그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울산과 황일수의 협상이 긍정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근호(32·강원 FC)의 이름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근호는 많은 설명이 필요 없는 K리그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다.
하지만 울산과 이근호의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이적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강원이 이근호를 쉽게 보내 줄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적료가 20억원이다"며 "이 금액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울산이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울산의 레이더는 또 한 명의 대어를 포착했다. 바로 패트리어트 '정조국(32·강원)'이다.
정조국은 2016년 FC 서울에서 광주 FC로 이적한 뒤 20골로 득점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그는 지난 시즌에 강원 FC 유니폼으로 갈아입어 기대감을 높였다. 부상으로 인해 7골에 그쳤지만 여전히 정조국은 K리그 최고 공격수 중 하나다. 특히 울산 입장에서는 서울 시절 ACL 경험이 풍부한 정조국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울산이 현재 가장 필요한 포지션이 '최전방 스트라이커'라는 점 역시 정조국을 주시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정조국 역시 미지수다. 이근호와 비슷한 상황이다.
울산은 정조국을 원하지만 강원은 정조국을 내주기 싫다. 상징적 선수를 쉽게 내줄 수 없다는 강원의 의지가 높은 이적료를 만들어 냈다. 강원이 제시한 높은 이적료가 울산은 부담스럽다. K리그 한 관계자는 "강원이 정조국 이적료로 10억원 이상을 책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하로는 절대 내주지 않겠다는 강원의 의지는 완강하다"며 "정조국을 원하는 울산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관건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