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수장들이 신년사에서 아마존 등 글로벌 IT 회사를 언급하며 디지털을 강조했다. 최근 비금융 업체들의 금융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먹거리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디지털 시대에서 의사결정의 첫 번째 원칙은 신속한 판단과 실행"이라며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의 경우 '스피드 경영'을 통해 성공한 기업에 꼽힌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지금 우리가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애자일(기민한) 조직들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 중심의 KB로 변화해 가는 출발점"이라고 했다.
윤 회장은 "금융권도 업종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유통·ICT 등 글로벌 비금융회사들의 파괴적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신기술에 더해 고객 친화적으로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해 선두 주자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신년사에서 디지털을 중심 키워드로 삼았으며 아마존 등 IT 업체를 언급했다.
김 회장은 "아마존은 인공지능 스피커인 '아마존 에코'를 출시한 뒤 2년 만에 800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시장을 주도했다"며 "아마존은 개발 노하우가 축적된 '알렉사 스킬즈 킷'이라는 개방형 오픈소스를 외부 파트너사에 무료로 제공하고 파트너사가 앱에 탑재해 함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만물 인터넷 시대에는 이종 산업뿐 아니라 경쟁사까지 포함한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하다"며 "전통적 금융기관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보유한 핀테크 업체는 서로 경쟁과 협업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로 참여형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해외 비금융 업체들을 거론하며 디지털화를 주문했다.
김 회장은 "스타벅스가 금융회사로, GE(제너럴일렉트릭)가 서비스 업체로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며 "올해는 다방면에서 디지털 사업 모델 구축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디지털 분야로 영토를 확장하겠다고 언급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에는 그룹 차원의 디지털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아마존과 LG유플러스 등 국내외 ICT 기업을 비롯해 GS25리테일 등 비금융사업자와 제휴로 혁신적 금융 생태계 조성에서 진전을 거뒀다"며 "디지털 신한으로의 신속한 전환을 이루고 '원 신한' 전략 실행을 가속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도 "내실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선언한다"며 "차별화된 금융 플랫폼 구축을 통한 디지털 시대 선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