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축제가 열리는 해다. 오는 6월 14일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이 개막한다. 본선에 나설 32개 팀이 정해졌고, 조별리그 대진도 확정됐다.
세계 축구는 벌써부터 뜨거워지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의 2연패 도전'과 '브라질의 반격' 등 우승 후보들에 대한 관심과 이변의 주인공, 기적을 연출할 다크호스들의 등장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핵심 포인트는 '리오넬 메시(31·바르셀로나)'다.
메시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다. 2004년 바르셀로나 1군에 데뷔한 뒤 세계 축구사는 '메시의 시대'로 통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8회·코파 델 레이(국왕컵) 우승 5회·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4회 등 총 29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또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4번·UCL 득점왕 5번·한 해 최다골(91골·2012년)·원 클럽 최다골(526골·2017년) 등 셀 수 없을 정도의 득점 기록을 품었다. 세계 최초로 발롱도르 4회 연속 수상 역시 메시만의 영광이다.
이런 존재감과 영향력을 가진 메시가 '세계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일까.
물론 이렇게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더욱 큰 것이 사실이다. 반대 목소리는 클럽에서는 세계 최고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 메시는 선배 전설들과 비교해 한참 모자라다고 주장한다.
핵심은 세계 최고의 대회 '월드컵 우승 트로피'다. 세계 축구사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펠레(78), 디에고 마라도나(58)와 차이다. 펠레는 1958 스웨덴·1962 칠레·1970 멕시코월드컵까지 3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마라도나는 1986 멕시코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다. 메시는 3번의 월드컵에 출전해 2014 브라질월드컵 준우승이 최고 기록이다.
메시가 월드컵 우승컵을 차지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데 이견을 달 수 없다. 메시는 전성기로서 출전하는 마지막 월드컵에서 세계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메시가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가지 징크스'를 해결해야 한다. 월드컵 토너먼트 골 수는 '0골'
메시는 지난 3번의 월드컵에서 총 15경기에 출전했다. 골 수는 5골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경기당 1골이 넘는 메시의 득점력에 비해 초라한 성적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메시가 월드컵 조별예선을 지나 토너먼트로 진입한 뒤 넣은 골 수가 '0골'이라는 점이다.
처음 출전한 2006 독일월드컵에서 1골을 기록했다. C조 2차전이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와 경기에서 1골을 성공시켰다. 16강 멕시코전에 출전했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 나선 메시는 조별예선에서도 골을 넣지 못했고 16강 멕시코, 8강 독일전에서도 침묵한 채 0골로 대회를 마쳤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4골을 신고했다. 전부 조별예선에서 나온 골이다. F조 1차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1골·2차전 이란전 1골·3차전 나이지리아전 2골이다. 이후 16강 스위스·8강 벨기에·4강 네덜란드·결승 독일전까지 모두 출전했지만 1골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토너먼트만 따지만 7경기 무득점이다.
월드컵의 진정한 승부가 시작되는 토너먼트 0골은 메시가 월드컵에서는 약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아르헨티나 전력이 약하고 메시가 골이 아닌 다른 면에서 팀에 기여했다고 해도 토너먼트 0골은 세계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에 등극할 자격이 되지 않는다. 메시가 러시아에서 토너먼트 무득점 징크스를 깨야만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전설' 마라도나는 토너먼트에 강했다. 1986 멕시코월드컵 우승 당시 마라도나는 총 5골을 넣었고 조별예선에서는 1골에 그쳤다. 그는 토너먼트 승부처에서 폭발하며 아르헨티나를 정상으로 올려놨다. 8강 잉글랜드전 2골(2-1 승), 4강 벨기에전 2골(2-0 승)을 신고했다. '마라도나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멕시코월드컵의 결정적 장면이다. 메시가 넘지 못한 '독일' 메시는 '독일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독일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3번의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막아선 팀은 언제나 독일이었다. 2006 독일월드컵 8강 독일전에 메시는 출전하지 못했다. 벤치에서 조국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아르헨티나는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2-4로 패배했다. . 2010년 메시에게 독일을 설욕할 기회가 왔지만 오히려 더욱 큰 망신이 찾아왔다. 남아공월드컵 8강에서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독일에 0-4 참패를 당했다. 독일의 조직력 앞에서 메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은 메시의 '한'이다. 월드컵 최초로 메시는 아르헨티나를 결승까지 올려놨다. 운명의 장난처럼 결승 상대는 독일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선전했지만 끝내 독일을 넘지 못했다. 연장전에서 마리오 괴체(26·도르트문트)에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졌다. 메시의 독일 설욕이 실패로 돌아갔고, 월드컵 우승이라는 영광도 독일 앞에서 무산됐다.
러시아에서 메시가 독일을 만날지, 만나지 못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유력한 우승 후보' 독일을 넘는다면 우승에 가까워진다는 점이다. 반대로 이번에도 독일에 무너진다면 메시는 월드컵에서 독일을 넘지 못한 '불운의 선수'로 세계 축구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공교롭게도 마라도나에게 월드컵 우승 영광을 안겼던 상대가 독일이었다. 1986 멕시코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는 서독에 3-2 승리를 거두며 정상에 섰다. 월드컵에서 독일을 꺾은 마라도나는 세계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