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과르디올라(47·스페인)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는 3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왓포드와 홈경기에서 3-1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맨시티(승점 62)는 20승2무를 기록하며 개막 후 22경기 무패 행진을 달렸다. 맨시티는 이번 시즌 리그 유일의 무패팀이다.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승점 47)를 여유 있게 앞선 선두다.
맨시티 전술의 핵심은 '업그레이드 티키타카(짧은 패스 위주의 점유율 축구)'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 사령탑 시절 티키타카를 앞세워 유럽을 평정했다. 부임 첫 시즌인 지난 시즌 3위에 그쳤던 그는 올 시즌 맨시티식 티키타카를 완성했다. 맨시티는 올 시즌 리그 최다 득점(61골)을 올리고 있다. 맨시티 티키타카의 중심엔 과르디올라가 발굴한 미드필더 케빈 드 브라이너(27·벨기에)가 있다. 드 브라이너는 프리미어리그 적응에 실패했던 선수다. 2008년 헹크(네덜란드)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12년 기대를 모으며 프리미어리그 강호 첼시에 입단했다. 하지만 주전 경쟁에 밀려 2012~2013시즌 브레멘(독일)로 임대를 떠났고, 2013~2014시즌엔 아예 볼프스부르크(독일)로 이적했다.
드 브라이너는 2015년 다시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했다. 볼프스부르크에서 맹활약한 그는 7400만유로(약 960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맨시티에 입단했다. 이듬해 과르디올라가 맨시티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둘은 한 팀에서 만났다. 명장 과르디올라를 만난 드 브라이너의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주로 오른쪽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던 드 브라이너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하면서 중앙 미드필더로 보직을 옮겼다. 활동량이 풍부한 데다 패스 능력까지 뛰어난 점이 과르디올라 감독의 눈엔 보였던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현역 시절 세계적인 중앙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렸다. 드 브라이너는 새 포지션에 빠르게 적응했다. 그는 후방에서 경기를 조율하다가도 전방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읽고 순식간에 킬패스를 넣었다. 2016~2017시즌 드 브라이너는 어시스트 18개(6골)를 기록하며 도움왕에 올랐다. 올 시즌엔 득점력까지 갖췄다. 현재 도움 부문 1위(9개)에 올라있는 드 브라이너는 벌써 6골을 기록 중이다. 그가 버티고 있는 덕분에 맨시티 공격 삼각편대인 라힘 스털링(14골)·세르히오 아게로(13골)·가브리엘 헤수스(8골)에게 득점 기회가 열린다. 바르셀로나에서 18년간(1997~2005년) 뛴 전설적인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알 사드)는 "드 브라이너는 맨시티의 메시"라고 말했다.
정신력도 강한 편이다. 드 브라이너는 최근 발목을 다쳤다. 하지만 왓포드전을 앞두고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찾아가 출전 의지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를 통해 "드 브라이너가 경기 전에 나를 찾아와 '뛸 수 있다' '뛸 수 있다'는 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발목 부상에도 준비가 돼 있었고, 실제로 경기에서 강한 정신력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드 브라이너는 이날 79분을 소화했다. 국내 축구팬들도 드 브라이너의 매력에 빠졌다. 이들은 프리미어리그를 평정한 그를 두고 '볼빨간 김덕배'라 부른다. 뛰고 땀을 흘리면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드 브라이너를 가수 '볼빨간 사춘기'에 빗댔다. 또 영문명(Kevin De Bruyne)의 앞글자를 따면 KDB인데, 이니셜을 이용해 친근한 이름 '김덕배'로 부른다.
드 브라이너의 돌풍은 오는 6월 개막하는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가 속한 벨기에 대표팀은 '황금 세대'로 불리는 특급 스타들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벨기에는 드 브라이너를 포함해 로멜루 루카쿠(맨유)·에덴 아자르·티보 쿠르투아(이상 첼시) 등 공수에서 유럽 축구 최정상급 선수들이 모였다. 전문가들은 벨시를 독일·프랑스·브라질 다음으로 우승에 근접한 팀으로 꼽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전 세계를 통틀어 현재 드 브라이너보다 더 잘 하는 미드필더가 있을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