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영화 연출자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오는 2월 개봉을 확정 지은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은 JTBC 제작국 소속 김석윤 PD의 연출작이다. 지난 2011년 1편을 선보인 뒤 벌써 3편째다. 1편은 478만 명, 2편은 387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연이어 흥행에 성공해 충무로 대표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김 PD는 JTBC에서도 꾸준히 드라마를 내놓고 있는 연출자다. 영화 연출로 영역을 확장한 이후에도 2015년 '송곳', 2016년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를 선보였다. 김 PD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겸업을 훌륭히 해내고 있는 대표 주자다.
MBC '다모'로 이름을 날린 이재규 PD는 드라마 제작사인 김종학 프로덕션의 소속 프로듀서다. 2014년 대작 사극 '역린'을 연출했고, 현재 영화 '완벽한 타인'을 촬영 중이다. '완벽한 타인'은 이 PD가 '다모' 이후 이서진과 재회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KBS 예능 PD로 시작해 드라마로 전향, tvN '미생'으로 입지를 확고히 한 김원석 PD도 오래전부터 영화 연출을 준비 중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윤곽이 잡히진 않았지만, 그는 꽤 오래전부터 영화 연출을 꿈꾸며 시나리오를 다듬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대형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김원석 PD가 스크린에 진출한다면, 과연 어떤 배우와 함께할지도 관심사다. '미생'처럼 보석들을 여럿 발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모두가 다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OCN '보이스'로 큰 성공을 거둔 김홍선 PD는 영화 '역모'로 최근 영화감독의 꿈을 이뤘다. 이미 2년 반 전에 촬영을 완료했지만 오랜 시간을 기다려 선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3만 명의 관객에 만족해야 했다.
많은 드라마 감독들이 영화감독을 꿈꾼다. 한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 PD는 "원래 영화감독을 꿈꾸던 이들이 다수다. 상대적으로 시간과 돈에 덜 쫓기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방송사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지만, 영화는 그렇지 못하다. 현실적 이유로 드라마 PD로 먼저 발을 디디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역모'를 선보인 김홍선 PD는 "정말 오래전부터 영화를 하고 싶었다. PD로 시작했지만 꿈을 버리지 못했다"며 "영화에 진입하기가 참 쉽지 않더라. 그래서 작은 영화부터 천천히 시작하자는 마음이었다. 드라마와 영화는 참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방송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들의 영역 확장을 지원해 주는 모양새다. 방송사 혹은 제작사에 적을 두고도 자유롭게 영화에 도전하고 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외도라기보다는 발전 혹은 성장이기 때문에 영화 준비를 위한 휴직 기간을 넉넉히 주곤 한다. 예능과는 달리 드라마 PD들은 매년 작품을 하는 것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