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는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든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고전소설 '흥부전'을 재해석한 사극 드라마다. '품위있는 그녀'의 백미경 작가가 각본을 맡았다. 정우, 정진영, 정해인, 김원해, 정상훈 등이 출연하며, 특히 고 김주혁의 유작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본격적인 제작발표회가 진행되기 전, 배우들과 조근현 감독은 고인을 떠올렸다. 김주혁은 지난해 10월 30일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부검 결과 최종 사인은 심각한 머리손상. 이외 심근경색·약물 복용 부작용·차량 결함까지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과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안타까운 사고만 없었더라면 이날 정중앙에 앉아 함께 웃고 이야기를 나눴을 그다.
고인을 기리며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이는 정우였다. 극 중 흥부 역을 맡은 정우는 김주혁과 가장 많은 호흡을 맞췄다. 눈시울을 붉히며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숨을 골랐다. 이어 "많이 보고 싶다. 많이 보고 싶다"며 울먹였다. 대표로 입을 연 이는 정우였지만, 모든 배우들이 한마음으로 김주혁을 그리워했다.
고전소설 '흥부전'은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이 없는 이야기다.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이를 영화화한다는 것은 잘 상상이 가지 않는 일. '흥부'는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유명한 고전문학을 신선하게 뒤틀었다. 알고 보면 흥부는 '흥부전'을 쓴 작가이며, 진짜 흥부와 놀부는 따로 있다는 설정이다. 진짜 흥부는 바로 김주혁이 연기하는 조혁이며, 놀부는 정진영이 연기하는 조항리다.
흥부 역을 맡은 정우는 "진짜 흥부는 김주혁이 맡은 조혁이라는 인물이다. 조혁이라는 인물이 '흥부전'의 주인공이다. 흥부라는 캐릭터는 홍경래의 난으로 놀부 형과 헤어지게 되며 형을 찾고자 유명 소설 작가가 돼 이름을 알리는 인물이다. 그런 중에 내 형의 소식을 알고 있는 조혁이라는 인물을 찾아가게 되면서 그를 바라보며 힘든 백성들을 위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와 반대로 야욕에 가득찬 조항리(정진영)을 바라보며 '흥부전'을 쓰게 된다"며 영화의 신선한 설정을 설명했다.
고인의 유작이라는 점 이외에도 '흥부'를 지켜볼 이유는 또 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2018년의 현실과 다를 바 없는 탐관오리와 백성들, 세도정치가의 이야기가 등장하기 때문. 조근현 감독은 "'흥부전'은 유쾌하고 해학적이다. 어떻게 보면 블랙코미디다. 설정을 바꾸면서도 그런 성격을 잘 유지했다. 그 시대 백성들이 느꼈던 고통과 희망이 지금과 굉장히 흡사하다. 이 시대에 다시 '흥부전'을 건드려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악역 조항리를 연기한 정진영은 실제 캐릭터에 실존 인물을 녹이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조항리 같은 사람들은 대부분 감옥에 가 있다. 연기하면서도 감옥에 가 있는 사람들 몇 명이 생각났다. 캐릭터에 넣어보려고도 했다"고 말했다. 악역 권력자를 연기하는 김원해 또한 "감옥에 가 있는 한 분처럼 연기했다"면서 "지난해 광화문에서 촛불이 일어났는데, 저 당시에도 해학과 풍자를 가지고 서로 소통하지 않았나한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등장과 현실을 꼬집는 블랙 코미디, 이 두가지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오는 2월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