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권 기획①] '독점' 대행 체제, 부술 때가 됐다
"프로야구의 산업화와 프로야구단의 비즈니스 모드 정착이 최우선이다. 10개 구단과 KBO가 힘을 합쳐 프로야구 전체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치열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을 커미셔너로 칭한 정운찬 KBO 총재가 지난 3일 취임식서 제시한 키워드다. 직접 작성한 취임사를 읽으면서 가장 힘주어 말한 부분이다. '산업화'라는 단어를 꺼냈다. 모기업의 홍보 수단 차원으로 여겨지던 야구의 존재를 이제 명실상부 최고 서비스산업으로 자리 잡게 하겠다는 각오다. 국내 최고의 경쟁력과 위상을 갖춘 문화 콘텐트인 프로야구는 외형적으론 성장한 듯 보이나 그 내실은 이에 따르지 못했음을 강조한 자리기도 했다. 정 총재는 산업화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KBO.COM이라는 통합 마케팅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통합 마케팅 모델, 닷컴 안착을 위해 정 총재가 가장 먼저 들여다봐야 할 부분은 뭘까. 프로야구단의 주요 수익원이자 가장 불만인 중계권 계약 부분이다. 중계권 계약은 KBO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펼치지 못했거나 방임한 채 대행 체제를 통해 진행해 왔다.
정 총재는 "한국 프로야구의 자생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이렇게 답했다. "첫 번째는 중계권에 대한 평가다. 이걸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 평가 과정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슨 의미일까. 정 총재 취임 이전부터 그에게 조언을 건넨 인사 중 한 명은 "약 한 달 넘게 프로야구 중계권이 어떤 식으로 '구동'됐는지 여러 인사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 왜 프로야구의 자생력을 묻자마자 중계권 이야기를 먼저 했을까.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데 가장 큰 동력으로 여기고 있는 것 아닐까"라고 답했다. 이 인사는 이어 "평가 과정의 개선이라는 대답은 의미심장하다.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해 왔던 중계권 계약 관계를 제대로 들여다보겠다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간스포츠가 복마전처럼 얽혀 있는 프로야구 중계권에 대한 십수 년간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짚어 보기로 한 이유다. 이 문제 해결 없이 '현 상태 유지'로 넘어갈 경우 신임 총재 구상은 초반에 봉쇄되고 좌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먼저 중계권 대행사 체제의 문제점을 짚어 보고, 어떻게 한 곳이 독점적으로 대행사를 맡게 됐는지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이어 뉴미디어 시대에 현행 중계권 계약이 얼마나 기형적 구조인지 점검한다.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벤치마킹할 점도 따져봤다.
스포츠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