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개장한 롯데월드타워를 향한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식지 않고 있다. 롯데월드타워가 높이 555mㆍ123층으로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초고층 빌딩이 되긴 했지만 유사시 안보 문제와 정경유착 의혹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롯데월드타워를 짓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역대 공군참모총장들이 군사 안보와 안전을 이유로 반대해 번번이 무산됐다. 롯데월드타워는 군사 비행장이자 대통령 및 귀빈이 이용하는 성남서울공항 비행장과 약 5.5㎞ 떨어져 있어 유사시 적의 주요 목표물이 될 수 있고, 누구나 주요 군사 시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래서 수많은 전문가가 반대했지만 이명박 정권은 롯데월드타워의 건축 인허가를 내주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에 참여해 지난달 롯데월드타워의 국민감사를 신청한 표창원 국회의원은 “MB정권의 롯데월드타워 인허가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졌다”며 MB정권과 롯데 사이의 정경유착, 불법적 건축 인허가 등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표 의원을 만났다.
-민주당 적폐청산위원이다. ‘적폐’란.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이다. 과거부터 이어진 나쁜 문제가 있었다면 그 원인을 찾고, 불법 행위를 확인해서 고치고 처벌하고 개선해야 한다. 현재 적폐 청산을 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가깝게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이 있다.”
-적폐청산위가 롯데월드타워 인허가 과정을 감사해달라면서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안보다. 서울 도심공항은 대통령의 전용기가 뜨고 내리는 곳이고, 수도권 반공(방어)의 핵심이다. 유사시에 북에 대한 방어 차원의 공군기 투입이 필요한 장소다. 또 많은 외국인이 유사시 본국으로 대피할 때 이 공항을 통해 간다. 우리 공군이 이 장소에 초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 이유다. 그동안 롯데월드타워 건축을 위한 시도는 꾸준히 있었지만 이루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도 공군참모총장의 반대로 허락하지 못한 롯데월드타워를 MB정권이 공개적으로 ‘해주겠다’고 말했고 이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란. “초고층 건물을 짓는다면서 안보적으로 중요한 공항의 활주로를 변경했다. 안보를 중시하는 정부라면서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반대하는 공군참모총장을 경질했다. 게다가 만에 하나 롯데월드타워와 공군기가 충돌할 경우 군이 책임진다는 내용의 계약 조건까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격호 회장의 개인적인 꿈과 이를 공유한 아들들이 엄청난 특혜를 통해 롯데월드타워를 세웠다. 당연히 특혜에 따른 반대 급부도 줬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이런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진 배경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불법이 있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안보 말고 다른 문제도 있다고 보나. “(롯데월드타워 건설이 시작된 뒤) 석촌 호수의 물이 줄어들고 있고, 주변 도로에 싱크홀이 생기는 등 무리한 건설로 인한 문제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롯데월드타워를 건설 인허가를 위해 개입된 불법적 행위나 투명하지 못했던 절차가 있었다. 국방 안보 불안을 초래하고 안전에 문제가 있는 거대한 공사를 시작하면서 불법적인 부분이 개입됐는데 (MB정부가) 이를 왜 허락했는지 합리한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MB정부가 활주로 각도까지 조정하면서 허가를 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긍정적으로 보자면 국가 경제를 위해서다. 롯데월드타워는 도시의 상징으로 랜드마크가 될 수 있고 이에 따라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롯데월드타워 건축 허가는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경제적 이득 못지 않게 국가 안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적폐청산위는 감사 대상으로 청와대 비서실과 함께 전국경제인연합을 포함했다. “롯데그룹과 MB 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실, 국방부가 중심이다. 그러나 다양한 형태로 (전국경제인연합 등이) 개입된 부분도 엿보인다. 롯데그룹과의 밀약만이 아니라 SKㆍ삼성 등이 포함된 전경련의 조율이나 개입, 중재 같은 것이 있지 않겠느냐는 제보가 있었다.”
-롯데는 오너 일가의 경영 비리로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롯데는 (경영진의)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면세점 확장 등을 하면서 MB정권과 잘못된 정경유착이 있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그와 동시에 군의 인사 체계를 유린하는 행위가 있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적폐청산위는 국민감사를 통해 이런 일들에 문제가 있었다면 고발을 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 안보를 저해하고 공직 윤리를 와해한, 사적 이익만 추구한 일부 재벌의 행태를 막을 수 있다.”
-불법적 정경유착이 드러나도 기업을 처벌받지 않는다. 오히려 더 잘 되는 경우도 많다. “정경유착의 뿌리는 1970년대 박근혜와 최태민의 구국여성봉사단이 재벌 회장들로부터 하례를 받는 모습부터 출발한다고 본다. 이는 최순실이 운영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기업들이 돈을 가져다 바치는 행태와 비슷하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자신들에게 돌아올 이익이 없는데 ‘뜯긴다’는 생각으로 돈을 줬을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변론을 맡았던 강신옥 변호사는 김 전 중앙정보부장이 사형당하기 전 나눴던 이야기를 2016년 11월 시사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이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태민씨가 여성단체인 구국여성봉사단 총재가 되는 데도 개입했으며, 최씨가 기업들로부터 양로병원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수억 원대 돈을 뜯어내는 데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경유착의 가장 큰 폐해는. “(우리나라의 상당수 재벌들은) 정경유착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자본과 기술력, 인구까지 갖춘 경쟁국을 이기기 힘들다면서 정부가 특정 기업만 밀어줘서 성장을 시키는 논리로 시작됐다. 결국, 이런 논리는 우리 경제 구조를 왜곡해왔고 갈수록 살기 어려운 시대로 만들었다. 현재 현장에서 나오는 위험한 일들은 대기업으로부터 하청을 받은 중소업체들이 수행하고 있지만 아주 빈약한 대가만 받는다. 어떤 공사를 시작할 때 영국과 독일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익 차가 10% 남짓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60% 가까이 벌어진다. 착취 구조와 같다. 중소기업 노동자는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 48% 수준에 그치며 대기업의 물량공세 앞에서 우리 벤처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삶이 힘들어지고 자녀의 사교육비는 치솟으며 자영업자는 망해간다. 이런 모든 일 이면에는 정경유착이 있다. 뿌리를 뽑아야 하는 이유다.”
-정경유착, 어떻게 해야 없어질까. “재벌의 정경유착을 해결한다면서 보복하듯이 재벌을 해체하자거나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해답은 간단하다. 법과 원칙, 공정성에 기반한 잣대를 재벌과 권력자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면 된다.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도록 돕고, 불공정한 거래를 한 이들은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정부와 권력자들, 정당과 국회가 협조하면 원래로 돌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