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이 역시 가장 세계적이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지배하고 있는 한국 영화다.
음악·드라마·가수·배우 등 한국의 문화 콘텐트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형 영화' 역시 해를 거듭할 수록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영화를 공식적으로 수입·개봉하는 홍콩·대만은 물론, 중국 대륙에서도 국내에서 크게 성공한 영화들을 어떤 경로로든 찾아보며 그 감동을 함께 나누고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로 소원해진 한·중 관계가 완벽하게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문화 콘텐트의 유입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16년 '부산행(연상호 감독)'이 대히트를 친 이래 지난해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올해 '신과함께-죄와 벌'까지 1000만 돌파작들은 중화권 관객들의 애정도 덩달아 받고 있다.
현재 대만·홍콩 스크린을 점령한 작품은 다름아닌 '신과함께-죄와 벌'이다. 국내 인기를 넘어설 정도로 대만과 홍콩에서 신드롬 현상을 불러 일으키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지난해 12월 22일 대만 전국 약 80개 극장에서 개봉한 이후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또한 1월 첫째 주 주말까지 현지 금액 200만 타이완 달러(USD 600만)의 누적 박스오피스를 달성하며 2017년 개봉한 아시아 영화 중 최고의 실적을 나타냈다.
1월 11일에는 홍콩 전체 극장 53개 중 51개 극장을 확보, 한국 영화 역대 최대 규모의 극장 수로 홍콩에서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29만6140 홍콩달러(USD 16만5600)를 기록하며 압도적 인기를 보였다. 홍콩 시내 곳곳에서는 '신과함께-죄와 벌' 옥외 광고를 발견할 수 있다.
'신과함께-죄와 벌'의 흥행요소는 아시아풍 판타지 영상과 스토리 덕이다.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시아에서는 공감대를, 해외에서는 신선함을 무기로 흥행 요소가 다분하다는 평이다.
'신과함께'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제작자로서 해외 진출은 분명 욕심나는 부분이다. 하지만 진출을 위한 진출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일단 국내에서 인정받은 우리의 콘텐트로 문을 두드리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대만·홍콩의 반응은 굉장히 고무적이다"며 "기술적으로나 스토리면에서나 해외에서 어느정도 통할 수 있겠다는 믿음은 있었다"고 전했다.
해외 스크린까지 사로잡으면서 '신과함께-죄와 벌'은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았다. '신과함께' 1편 '신과함께-죄와 벌'은 국내에서 개봉 16일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 12일 누적관객수 1200만 명을 넘으며 1편만으로 1·2편 제작비 400억을 모두 회수했다. 관객들은 여전히 극장으로 몰리고 있는 만큼, 올 여름 개봉을 확정한 2편 '신과함께-인과 연'은 굳이 흥행을 따질 필요도 없다. 상영하면 무조건 이득이다. 해외 수익은 거대한 보너스. '신과함께' 3·4편 제작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신과함께-죄와 벌'은 대만에서 실시간으로 불법 복제돼 대만 배급사를 발끈하게 만들었다. 최근 '신과함께-죄와 벌' 대만 배급사 차이창 인터내셔널 발행부 중제장 대표는 타이베이 지방검찰에 '신과함께-죄와 벌' 불법 영상물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영상을 불법 복제하거나 유포한 인터넷 네티즌들을 상대로 형사 및 민사상의 고발조치를 취한 것.
국내 영화의 불법 복제에 대해 현지 배급사가 발벗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중 대표는 "대만은 '신과함께'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불법 복제돼 유출된 최초의 국가가 됐다. 한국에서도 없는 일이 발생해 매우 유감이다"며 "누군가 영화관에서 '신과함께'를 악의적으로 도촬해 인터넷에 유포한 것을 발견했다. 강력히 대응하겠다" 입장을 발표 했다. 빠른 대처에 오히려 국내 관계자들이 놀랐다는 반응이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3월 홍콩에서 치러지는 제12회 아시안 필름 어워드(AFA) 후보로도 이름을 올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노미네이트 된 부문은 베스트 액션 필름, 베스트 비주얼 이펙트, 베스트 코스튬 디자인. 흥행에 이어 수상의 영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신과함께-죄와 벌'이 쓰는 새 역사에 한국 영화계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