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의 2018년 행보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40여 년간 구로에서 조용히 지내 오던 애경이 올해 홍대로 사옥을 이전하고 4600억원 규모의 투자와 대대적 신규 채용을 예고했다. 또 그룹의 ‘간판’ 인 애경산업은 연내 상장을 추진하고 화장품을 앞세워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상반기 상장 추진 애경산업… 가치 1조원 기대감↑
애경그룹은 지난해 11월 애경산업을 2018년 상반기까지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만약 애경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자회사 애경산업이 상장에 성공할 경우 애경유화ㆍAK홀딩스ㆍ제주항공에 이어 그룹의 네 번째 상장사가 된다.
전망은 밝다. 업계에서는 화장품과 세제 등 생활용품을 생산 및 판매하는 애경산업이 상장할 경우 최대 1조원까지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애경산업은 2014년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 왔다.
성장 동력은 생활용품보다 수익성이 높은 화장품 분야다. 일명 ‘견미리 팩트’로 불리는 ‘에이지투웨니스(Age20)’와 또 다른 색조 브랜드 ‘루나’가 국내 홈쇼핑 채널 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애경산업의 실적 증가의 날개가 됐다.
특히 에이지투웨니스는 2013년 출시 뒤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 3800억원을 돌파하면서 20~40대 여성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화장품 사업이 고속 성장하면서 애경산업의 작년 순이익은 316억원으로 전년 대비 46.9%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애경산업의 상장으로 AK홀딩스 주가도 재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경산업은 국내에 불어닥친 에이지투웨니스의 바람을 중국 대륙까지 몰고 가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지난해 11월 중국 영업 확대를 위해 지분 100%를 보유한 현지 법인 ‘에이케이(상해)무역유한공사’를 설립했다. 2013년 7월 광저우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한 지 4년 만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에이지투웨니스의 중국 반응이 상당히 뜨겁다. 중국의 인터넷상 유명인, 일명 ‘왕홍’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입소문을 타고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며 “면세점에서는 1인당 구매 개수를 3~5개 선으로 제한할 정도로 잘 팔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락사무소는 중국에서 영업 활동을 할 수 없다. 법인을 세워 중국 내 드러그스토어 등 오프라인 판매 유통망을 구축하고 에이지투웨니스와 루나가 현지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낡은 것 싹 버린다… 애경 사실상 ‘제2 창업’ 선언
비단 애경산업만 잘나가는 것이 아니다. 애경그룹은 2018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그룹 최고경영자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지난 12일 신년 임원 워크숍을 열고 “낡은 것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자. 올해는 애경그룹이 대도약해야 할 원년”이라고 말했다.
홍대 신사옥 이전은 그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 애경그룹은 올해 8월 공항철도 홍대입구역 역사에 신사옥을 완공하고 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를 비롯해 애경산업ㆍAK컴텍ㆍAM플러스자산개발ㆍAK아이에스 등 총 6개 사를 이주시킬 예정이다. 이 신사옥에는 제주항공이 운영하는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서울홍대’ 호텔과 AK플라자의 판매 시설도 함께 들어선다.
애경그룹은 지난해보다 20% 더 많은 영업이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462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이는 2016년 투자 금액인 1306억원보다 253.8%, 2017년 2958억원보다 56.2% 각각 증가한 규모다. 또 저가 항공 업계 선두인 제주항공 등을 중심으로 1300여 명의 신규 채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애경은 1970년에 타계한 채몽인 창업주의 부인 장영신 회장이 이끌며 생활용품 업계 내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소극적 마케팅으로 그룹을 부각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재석 AK홀딩스 사장은 “올해 애경그룹이 퀀텀점프를 하려면 실질적인 투자를 늘리고 인력을 보강하는 등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신사옥이 자리를 잡으면 여행ㆍ쇼핑ㆍ생활 뷰티 등 애경그룹이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