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너도나도 조정석" 그가 밝힌 #혜리 #거미 #투깝스
이보다 진솔할 순 없다.
배우 조정석(37)이 인간미를 발산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에 대한 배려는 물론이고 연인, 작품에 대한 예의까지 갖췄다. 손가락을 치켜세우게 만드는 매력의 소유자였다.
조정석은 지난 16일에 종영된 MBC 월화극 '투깝스'에서 정의로운 강력계 형사 차동탁과 뺀질이 사기꾼 영혼이 깃든 공수창을 오가는 1인 2역으로 주목받았다. 이에 힘입어 '2017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개연성 없는 스토리로 비난받았지만, 조정석의 연기는 그 안에서 중심을 잡았다.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최종회 시청률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조정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정말 다행이다. 탄탄했던 팀워크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 데뷔 이후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했다.
"1인 2역 자체는 부담이 되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분량 자체가 많아 체력적으로 관리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작품이든 체력적인 문제는 있었지만, 그 부분에 더 많이 신경 써야 했다."
- 개연성 부족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다.
"대본을 받고 시퀀스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고 좋았다. 아무래도 등장인물이 많고 풀어 가야 할 내용도 많다 보니 디테일한 부분이 아쉬웠다는 평가를 받은 것 같다. 그거 외에는 '투깝스' 팀 자체의 팀워크가 좋았다. '어떻게 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하고 끝까지 함께 고민했다."
- 상대역이던 혜리의 연기에 대한 혹평이 있었다.
"납득이 잘 안 간다.(웃음) 혜리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 작품과 안 맞았을 순 있겠지만, 아주 좋은 연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훨씬 더 발전하고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내가 누군가와 대사를 맞추고 연기 할 때 이 사람의 느낌은 그 당사자가 더 잘 안다. 굉장히 좋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혜리의 연기에 대해 굉장히 만족한다. 좋은 연기를 하는, 좋은 배우다."
- 이와 관련해 혜리가 직접 손편지를 올리기도 했다.
"정말 멋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멋있는 것 같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기조차 힘들다.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다짐하는 것도 느껴졌다. 동료로서 멋있고, 후배로서는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 14세 연하인 혜리와 세대 차를 느낀 적이 있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출 때, 나이 차는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카메라가 꺼졌을 땐 나이 차를 느꼈다. 음악을 듣고 있는데 그 노래를 처음 듣는다고 하고, 그 가수를 모른다고 할 때 나이 차를 느꼈다. 너무 재밌게 봤고 팬이었던 터라 '응답하라' 얘기를 많이 했다. 작품에서 '반갑구먼 반가워요' 유행어를 알고 한 거냐고 물었더니 전혀 몰랐다고 하더라. 연구의 결과물이라고 하는데 난 그 세대였다. 그런 것들을 얘기할 때 세대 차를 느꼈다. 정신적 연령은 비슷했다."
- 김선호와 브로맨스가 좋았다.
"(김)선호는 학교 후배인데 작품을 같이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촬영할 때 선호가 잘 따라 줬던 것 같다. 서로의 역할에 대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공유하면서 가까워졌다. 굳이 얘기를 안 해도 같은 지점을 바라보며 연기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초반엔 선호를 많이 촬영했다."
-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첫 번째도 체력, 두 번째도 체력이었다. 중간에 액션신을 찍다가 CG가 들어간 신을 찍으면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시간이 중요했다. 체력적으로 힘들고 분량이 많다 보니 이 분량을 오늘 다 찍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시간이 항상 부족했다."
- 원톱에 대한 부담감은 줄었나.
"매번 부담감은 줄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정도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더라."
-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
"상을 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근데 내가 받은 상보다 선호가 신인상과 우수상을 타서 기분이 좋았다. 예전에 뮤지컬 대상 시상식 때 신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주위 형들이 좋아하면서 머리를 때리고 그랬는데 그 당시엔 '왜 이렇게 좋아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형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선호의) 머리를 때리진 않았지만, 너무 기분이 좋았다."
- 수상 소감에서 연인 거미를 언급해 결별설을 일축했다.
"결별설이 있었나. 금시초문이다. 잘 만나고 있다. 그런 설이 있는지도 몰랐다. 어떤 작품이든 응원을 많이 해 주니까 고마움에 언급했다. (거미가) 콘서트에서도 내 작품을 홍보해 줬다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고맙다."
- 결혼 계획은.
"그런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 좋은 일이 있으면 말을 하는 게 맞는데 아직은 없다. 때가 되면 말하겠다. 나 역시 조심스럽다."
- 차기작이 연극인 이유는.
"'아마데우스'라는 작품은 일찍이 마음속에 넣어 뒀던 작품이다. (작품을) 하게 돼 영광이다. 드라마가 끝난 이후 연극을 한다는 것 자체에 의아해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겐 당연한 것이었다. 차기작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아마데우스'를 하게 된 것이다. 시기적으로 맞물려서 기회가 닿았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을 한다는 것이 기쁘고 영광스럽다. 팬들에게 매년 무대 위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는 약속을 했었는데 약속을 지키는 것 같아 남다른 의미를 두고 있다."
- 연기를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적이 있나.
"배우를 그렇게 꿈꿨는데 몸을 혹사시키거나 작품에 너무 깊이 빠져들면 그런 부작용이 있더라. 그때마다 정답은 휴식이었다."
- 연기가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간 했던 역할과 비슷하다는 게 연기가 비슷하다는 건지, 캐릭터가 비슷하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연기가 비슷하다? '그럼 어떻게 연기를 하면 안 비슷할까?' 하고 반문하고 싶다. 확연히 다른 캐릭터를 해야 연기가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나리오를 보고 재밌다고 느끼는 작품을 택하는데 로맨틱 코미디에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장르도 관심이 많다. 스릴러나 멜로, 악역도 관심 있게 찾아볼 계획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과 파트너는.
"그런 질문이 가장 어렵다.(웃음) 얼마 전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탔을 때 앞을 보니 이윤지씨, 김미경·이미숙 선배님이 있었다. 수상 소감 중 두서없이 얘기해서 사람들이 의아하고 무슨 얘기를 했나 싶을 수 있는데 처음으로 드라마를 시작했을 때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 그리고 이미숙 선배님의 '배우는 나이를 불문하고 항상 연기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러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내 모습을 반성했다. 조금만 더 잤으면 하는 생각마저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지상파의 첫 데뷔작이기도 해서 이윤지씨와 함께한 '더킹투하츠'가 가장 마음속에 남겨져 있는 작품인 것 같다."
-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인 CF의 중독성이 강하다.
"광고 모델로서 많은 분들한테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광고주와 회사의 협의하에 이뤄지는 건데 모델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예쁘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 광고에서 소비되는 이미지는 이제 신경 쓸 때가 된 것 같다. '광고계의 블루칩'이라고 쓰지 말아 달라.(웃음) 많이 찍을 수 있어 감사하지만, 배우로서 소비가 많이 됐고 앞으로도 소비될 예정이라면 이 부분은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 현 소속사와 전속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마음을 열어 놓고 있다. '투깝스'가 끝나고 회사와 얘기를 나눠 볼 예정이었다. 다른 회사와 접촉해 볼 의향이 있다.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다."
- 올해 목표는.
"변신과 도전이다. 첫 시작이 '아마데우스'라서 좋다. 극 중 그 당시 말투를 쓰고 있지만, 현대적인 말을 구사할 수 있는 캐릭터란 생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관객과 호흡이나 전달력에 집중하려고 한다. 연습 초반이긴 한데 많은 상상력을 더해서 좀 더 입체적인 아마데우스를 창조하려고 노력 중이다."
황소영 기자
사진=문화창고